검찰의 이른바 '철도 마피아' 수사가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자살로 암초를 만났다.

검찰은 민관유착 비리를 본격 파헤치는 첫 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유서에 공단 내부 비리나 검찰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적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피아' 수사에서 비롯된 심리적 압박이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4일 오전 김 전 이사장의 투신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철도비리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민관유착 비리에 대한 첫 수사였다. 대검찰청이 관피아 비리에 대한 척결 의지를 천명한 지 일주일 만인 5월28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가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한 달여 동안 납품업체의 정관계 로비, 공사 수주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광범위하게 추적하며 수사에 점차 속도를 내던 중이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이 사실상 이번 수사의 정점이었다는 점에서 남은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201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납품·공사수주를 둘러싸고 업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은 연간 사업비 수조원에 달하는 각종 철로공사를 수주하려는 업계의 집중 로비대상으로 의심받았다.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AVT가 정관계 곳곳에 금품을 뿌린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수사망은 김 전 이사장에게 근접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AVT로부터 뇌물을 받은 감사원 감사관 김모(51)씨를 지난달 26일 구속하고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 권영모(55)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등도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해 철도시설공단과의 연결고리를 캐고 있었다.

김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은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서울남부지검의 보강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팀이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권 전 부대변인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을 직접 조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납품업체와 실제 발주업무를 주도한 중간간부, 실무진 사이의 유착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 한 분만 보고 수사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수사는 계속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