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다. 뒤로 가는 한국 축구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를 당한 수장은 '자기 책임이다'면서도 끝내 그만두지 않았고, 한국 축구의 총괄적 책임자인 대한축구협회도 이번 월드컵 책임론에 대해 얼버무렸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력이 낫거나 전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바로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투혼'은 끝까지 싸우려는 굳센 마음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를 기억한다. 당시 선수들의 투혼은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는 난공불락(難攻不落)과도 같았다. 선수들은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인 '기적'과도 같은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때마다 전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다. 2002년까지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은 국민적 염원이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이 마침내 이뤄졌고, 이후부터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원정 1승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이는 곧 현실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사상 첫 승을 기록한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승부사' 허정무 감독을 앞세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은 이전 한국 축구가 보여준 것과는 사뭇 달랐다. 선수들의 투혼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경기력과 개인기술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과 남미를 따라잡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밝힌 '모두가 그라운드에선 리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선수들은 경기때마다 당황했고, '무색·무취 전술'과 특징없는 세트피스 전술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1무2패)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의 악몽을 재현했다. 게다가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강한 정신력과 체력도 이번 월드컵에선 찾아보기 힘든 단어가 됐다. 그 결과 한국은 1무2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사상 최악의 졸전을 펼친 대표팀에 일부 팬은 인천국제공항 해단식에서 호박엿을 투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느낌이다. 최악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령탑도 유임시켰다. 협회 부회장은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성적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회피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완벽에 가까운 사조직 체계를 확보하고 있다. 밀실논의·불통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수차례 나온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가맹경기단체지만, 국고 지원금이 협회 예산의 1%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회원으로 다른 종목의 경기단체와 달리 강도 높은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협회는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승인없이 보고만으로 협회 헌법에 해당하는 정관을 개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미 상업주의적으로 흐른 FIFA는 국가나 정치권이 회원 협회의 행정에 개입하면 자격을 정지하거나 박탈해 A매치를 치를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축구협회는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사용한다. 기업체들로부터 스폰을 받아 협회 예산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에는 국가대표팀 친선경기(A매치) 유치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내야 하는 팬들이 등을 돌렸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참패의 책임소재와 관련한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사실,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의 비판장인 자유게시판을 최근 폐쇄했다는 사실 등은 한국 축구가 분명 뒤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일본과 이란은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했고, 이탈리아는 축구협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은 아예 새로운 감독을 확정해 일찌감치 4년 뒤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고도 한국 축구가 기적을 바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신창윤 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