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 3사에 채권 1천800억원의 출자전환 여부를 8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한 가운데 답신 마감시한이 유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사들도 팬택 지원 거부가 가져올 파장이 크기 때문에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동통신 3사가 지원 거부를 결정하면 내수판매 위주인 팬택은 기업회생이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채권단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장려금 채권 1천800억원의 출자전환 여부를 두고 막바지 고민을 하고 있다.

앞서 팬택에 대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진행 중인 채권단은 지난 4일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 참여를 전제로 하는 팬택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택했다.

이동통신 3사가 출자전환 참여 여부를 8일 자정까지 답신하지 않을 경우 지원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되고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통사들은 이날까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출자 전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결정이 또다시 유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애초 4일이던 출자 전환 결정 시한을 8일까지 한차례 늦춘 것도 이통사들이 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결정 시한 연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통사 측에서 시한 연장을 요청해 올 경우 채권단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상 이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최종 마감시한은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 의결일인 4일로부터 10일 뒤인 14일까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8일까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밝힌 것은 애초 기한 연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조조정은 하루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출자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앞서 했기 때문에 마감 시한을 8일로 당겨 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이동통신사를 워크아웃에 끌어들인 것은 팬택이 2차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상황에서 채권 금융기관들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통사에 지급할 예정인 판매장려금이고 팬택이 도산할 경우 이통사의 손실도 커지기 때문에 이통사의 지원 분담이 있어야만 워크아웃 추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통사가 보유한 팬택 상거래채권은 2천859억원으로, 채권단은 이 가운데 1천800억원가량의 출자전환을 요청한 상태다.

채권단은 기업청산 시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채권 회수율이 9%에 불과하지만 워크아웃의 성공적인 종료로 기업이 존속할 경우 회수율을 100%로 높일 수 있다면서 이통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팬택이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 간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회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지원에 소극적이다.

출자전환으로 팬택의 주주가 되면 최소 구입물량을 보장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주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지원 거부를 결정하면 팬택의 회생은 사실상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지원을 거부한다는 것은 팬택의 회생 가능성을 어둡게 본다는 의미"라며 "법정관리에 간다 하더라도 이통사들이 팬택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회생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통사들이 막판에 출자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제조사가 줄어들면 이통사로서는 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로서는 1천800억원보다 팬택을 외면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더 큰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