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의 한 고구마 밭. 이 밭의 주인 민경렬(48)씨는 밭을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강수량이 부족해 고구마의 성장 속도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쯤이면 밭고랑까지 넓게 퍼져야 할 고구마 줄기가 자라지 못한채 이파리 몇개만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밭이랑의 흙들은 손으로 건드리면 쉽게 부서져 내릴 정도로 수분이 전혀 없었다.
민씨는 "7월 중순부터는 고구마가 뿌리에 달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강수량이 적어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20~30% 감소할 것 같다"며 "25년 동안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비가 이렇게 안 왔던 적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강화 지역의 강수량은 33㎜로 평년(126.8㎜) 강수량의 26%에 불과했다. 지난 2일 인천 도심 지역에는 58.2㎜의 비가 왔지만 강화에는 3.5㎜의 비만 내렸다.
가뭄이 길어지다보니 농가에는 고구마 잎이 아래부터 위로 누렇게 변하는 '덩굴쪼김병'도 발생했다. '덩굴쪼김병'에 걸린 고구마는 줄기가 잘 자라지 않고, 고구마 전체가 시들어 말라죽게 된다.
농민 김모(40·여)씨는 "우리 밭 고구마들도 덩굴쪼김병에 걸렸는데 적절한 방제법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걱정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이날 화도면에 위치한 분오리 저수지에 가보니 100만여㎡의 농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가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채 거북의 등껍데기처럼 갈라져 있었다. 현재 분오리 저수지의 저수율은 10% 미만이다.
기상대는 오는 13~14일 적은 양의 비가 내린 뒤 당분간 또 비소식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가뭄으로 인한 농민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농민들의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소방차를 이용한 급수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