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도덕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 "내부자 거래라면 손해봤겠나",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

9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가 단연 눈에 띄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논문표절·연구비 부당 수령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한 채 모호하고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엉뚱한 답변으로 피하거나 답답한 태도를 보여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답변도중 김 후보자는 "의원들이 너무 몰아붙인다", "윽박지른다"고 반박했다가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칼럼 대필 의혹에 "대학원생 글쓰기 연습 시켜준 것" = 김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즈음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위원장이 "불성실하게 자료 제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불성실이 아니고 그게 다(전부)다.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답변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그 경우는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표절의 정의(definition)에 대해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 이런 것을 인용없이 쓰는 경우가 표절"이라는 '창조적인' 논리를 펴며 표절 공세를 비켜가려 시도했다.

인터넷 사교육 업체인 '아이넷스쿨' 주식 거래의 부적절성을 지적받자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누구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45살에 교수가 됐다. 재직기간이 20년인데 미국에서 공부하고 왔을 때 우리 네 식구 알거지였다"며 주식 투자 배경을 설명했고, 일부 주식의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손해를 봤다. 내부자 거래라면 손해를 볼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제자 칼럼 대필' 의혹을 가장 억울하다고 꼽은 김 후보자는 "대학원생들에게 글 쓰는 연습을 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하며 "제가 새벽 2시까지 써서 제출한 것이지 그런 식의 부도덕한 짓거리를 하진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이 "왜 깨끗이 사퇴하지 못하고 집착하는가"라고 따져 묻자 "부도덕하고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매스컴에서 모든 과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제 인격이고 모든 게 무너진 상황에서 제가 물러설 곳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사퇴 불가론을 폈다.

◇"귀가 잘 안들려서…" '동문서답' 질타받기도 = 김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의에 한참을 뜸들이거나 질의와는 상관없는 '동문서답'을 하다가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무슨 뜻이냐"는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 질의에 즉답을 하지 못하자 "안 들리느냐, 시간 끄는 것이냐"라는 지적을 들었고 김 후보자는 "제가 귀가…지금 말씀하시는 게…정말 죄송합니다. 명확히 안들려서"라고 해명했다.

더딘 답변 태도가 이어지자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은 "기본적으로 후보자께서 의원들 질문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가 소통에 문제 있지 않을까 정도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설 훈 위원장은 "혹시 난청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고, 수차례에 걸쳐서 "의원들의 질의를 집중해서 정확하게 듣고 취지에 맞춰 답변을 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사범대 졸업 후 초기 교사 근무 경력을 묻는 배재정 의원의 질의에 엉뚱한 답변을 했다가 재차 명확한 대답을 요청받자 "30초만 숨을 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설 훈 위원장은 "여러 번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후보자가 잠깐 쉴 시간을 달라는 건 처음 들어본다"며 김 후보자에게 "물 한 잔 드시라"고 권했다. 김 후보자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저에게 자꾸 몰아치시면…"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자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 도종환 의원이 연이어 질문을 쏟아내자 김 후보자는 "자꾸 윽박지르지만 마시고…"라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의 항의를 받고 "표현을 너무 거칠게 해서 죄송하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5·16의 성격 규정을 놓고 "불가피한 선택" "쿠데타보다는 정변이다"라는 답변을 했다가 설 위원장의 지적을 받자 "제 소견을 말한 건데 그걸 갖고 나무라고 '네 생각은 왜 그러느냐'고 말씀하시면 저는 답변할 말이 없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의 질문에 "아직도 제가 왜 장관 후보자로 픽업됐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 당 이상일 의원이 임명 후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정책분야를 묻자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한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도 "방법은 구체적으로 없다"고 말해 일부 여당 의원들마저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