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선행교육 규제법'이 시행된다. 외국에서 볼때 토픽에 날 일이지만, 교육열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선행학습의 극성으로 공교육이 무너질까봐 만든 고육책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이 법이 시행되면 2학기부터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 등이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할 수 없게 된다.
선행학습의 피해는 중산층의 가계경제를 붕괴시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행학습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겠는가. 그러나 법 시행 한달여를 남겨둔 현재 사교육현장에서 일부 과목의 선행학습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시장의 경우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광고 또는 선전만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도 의문이다. 더욱이 선행교육을 하는 학교에 대해 교원 징계, 학교운영비 삭감 등의 처벌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반해 선행학습을 하거나 광고를 하는 학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학원가에서는 이 법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의 모 수학 전문학원은 내신 수학 성적이 전교 30% 이내인 중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중등 선행반을 개설하고 버젓이 2학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 학원은 또 초등학교 4·5학년을 위한 중등 과학 선행반까지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들의 취재에 따르면 안산 등 대도시 학원가에서는 현재 선행수업으로 진행하고 있고 특별법이 시행되는 9월12일 이후에도 선행교육을 연결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니 규제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학벌위주의 사회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행학습금지는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불과하다. 자녀의 일류대 진학을 여전히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가정이 넘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법이 실효성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늘 반복하는 얘기지만 준비없이 덜컥 법으로 규제해 성공한 적이 없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공부부담을 줄여주는 혁신적인 교과과정 개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가 그렇게 쉬운 과제였다면 학원사업이 최대의 호황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선 코웃음 치는 선행학습 규제법
입력 2014-07-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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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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