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맞아 한 그릇의 보양식이 돼 '개팔자'로 죽음을 맞이하는 개와 주인품에서 보양식을 먹으며 '상팔자'를 누리는 견공은 무엇이 다를까.

17일 오후 1시30분께 성남 모란시장. 좁은 철창에는 10여마리의 식용 개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철창옆에는 도축 후 버려진 부산물이 흩어져 있었고, 냉장고 속에는 손질된 고기가 손님을 기다렸다.

좁은 철창안에서 있던 개들은 목덜미에 올가미가 걸리자 울부짖으며 처절하게 저항했다. 판매상 A씨는 "8~10개월 된 똥개로 손질해주겠다"며 "복날에는 가게마다 10마리 이상씩 잡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며 바쁘게 손질을 계속했다.

이처럼 복날을 앞두고 개들이 태어난 지 2년도 안돼 도축되고 있지만, 사람보다 나은 팔자를 누리는 견공들도 있다.

같은 시각 찾은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애견카페에서는 종업원들이 강아지에게 이유식을 떠먹이고 있었다.

일부 개들은 벨기에산 애견 전용 맥주를 마신 뒤 취한듯 기분 좋게 엎드려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고 또래를 만나 신난 애견들은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복날을 맞아 보양식을 먹거나 휴가를 떠나는 애견도 있다.

의정부의 한 업체에서는 양파·마늘 등을 넣지 않고 소금간을 빼 사람이 먹는 삼계탕보다 비싼 애견전용 삼계탕(1만6천원)을 출시했다.

양평의 애견펜션은 애견전용 풀장과 온천, 스파까지 갖춰 하루 이용금액이 50만원을 넘지만 1주일에 30건이 넘는 예약을 받고 있다.

/강영훈·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