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원대 자산을 지닌 재력가를 살해하도록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김 의원은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모 씨를 자신의 친구 팽모씨를 시켜 지난 3월 3일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소유 건물에서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이날 송치했다. /연합뉴스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의 살인교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오는 2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 의원과 살해 피의자 팽모(44·구속)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경규)는 지난 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김 의원이 10년 지기 팽씨를 시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67)씨를 살해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팽씨에게는 살인 혐의를 각각 적용할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팽씨의 살인 혐의는 본인 자백, 범행현장을 찍은 CCTV 등으로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반면 김 의원의 경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경찰의 함정수사 의혹을 제기한데다, 살인을 교사한 직접적인 물증이 없어 검찰이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검찰은 팽씨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복원해 김 의원의 교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문자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와 관련해 팽씨의 진술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면서도 일관되기 때문에 직접증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팽씨가 진술을 번복하면 증거 효력이 사라져 혐의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팽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팽씨와 달리 김 의원은 수사 초반에 진술이 오락가락하다가 묵비권을 행사했다. 김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팽씨 진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또한 팽씨가 김 의원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시점이 범행 전후와 일치하는 점, 김 의원이 범행 후 팽씨 가족에게 대가성으로 보이는 일정 금액의 돈을 준 점 등이 충분한 정황증거가 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송씨가 생전 작성한 금전출납장부인 '매일기록부'에 김 의원의 이름이 20여차례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건넨 금액 역시 5억9천만원으로 가장 크다는 점도 간접증거이기는 하지만 김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로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지난 3월 발생한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은 현직 시의원 김모씨가 친한 친구에게 부탁해 돈을 빌린 채권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이 29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의 사주를 실행에 옮긴 팽모씨가 경찰에 검거되어 국내로 압송되는 모습. /연합뉴스=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그러나 송씨 큰아들이 이 장부를 훼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장부 자체의 증거능력이 인정될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큰아들의 장부 훼손으로 경찰이 3월과 6월 확보한 장부 복사본 2개의 내용이 다르고, 검찰이 가진 복사본 역시 경찰이 조작해 넘겼을 가능성이 있어 내용이 전부 다를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의심한 바 있다.

검찰은 장부는 핵심 증거가 아니고 여러 증거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다른 증거들만으로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뿐만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만한 정황 증거들이 사실상 충분하다"며 "사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정황 증거가 여러 개 있으면 직접 증거만큼의 힘을 지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살인교사 동기와 관련, 김 의원이 제삼자에게 주려고 송씨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배달사고'를 내자 이를 들킬 것을 우려해 송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묵비권을 행사한 김 의원의 입을 여는 데 끝내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살인교사 동기를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송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있는 김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지를 두고 막바지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수수죄의 경우 돈이 오간 구체적인 기록과 함께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하는데, 돈을 건넨 당사자인 송씨가 숨진 상태여서 장부상 내용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의원의 살인교사 사건을 마무리한뒤 형사5부(부장검사 김관정)에서 송씨의 매일기록부 두 권에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