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은 규모나 지역의 분포로 볼 때 미니 총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당초 정권심판론의 선거구도가 짜여지리라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었다. 그러나 여야의 원칙없는 전략공천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국가혁신과 경제회복에 대한 여야의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있다. 국가혁신과 경제활성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도 없거니와 정책 몇 개로 입안될 수도 없다. 또한 7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여야는 의견의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에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함으로써 야당은 초반 판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는 새누리당과 정권심판론을 선거구도로 가져가려는 새정치연합의 대결구도에서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 여러 지역에 공천을 함으로써 야권연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30재보선의 승패가 수도권에서 갈리기 때문에 현재의 선거구도에서는 야권은 힘겨운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야권연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새누리당은 권은희 후보의 공천에 초점을 맞춰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 하고, 새정치연합은 전략공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별다른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여야의 무원칙한 공천과 특히 새정치연합의 왜곡된 전략공천으로 선거의 프레임이 전략공천의 적절성 여부로 형성될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선거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과 국가혁신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모아가는 선거 과정은 실종되고 있다. 게다가 야권의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 국가혁신에 대한 여야의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7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정조사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공천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격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선거 승패를 떠나 선거의 쟁점을 흐림으로써 선거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이라도 새정치연합은 공천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히고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다. 그렇지 않으면 야권연대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