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을 통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이 급속도로 유포됐다. 이 사진은 순천경찰서 감식팀이 지난달 12일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찍은 것이다. 수사기록인 사진이 버젓이 유포된 것도 문제지만, 이 사진이 확산되면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신의 모습이 당초 알려진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경찰은 유 전 회장의 흰 머리카락이 엉켜있었고, 벙거지를 쓰고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사진속에는 벙거지는 벗겨져 있었고, 가지런히 놓여있다던 신발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러니 유 전 회장이 숨지기 전후로 시신에 손을 댄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이 증폭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처음 발견됐을 때의 사진이라고 인정하고 사진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뒷북을 쳤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시신 발견 당시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무언가 밝혀질 때마다 의혹이 생기고, 그 의혹에 또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도 경찰 못지 않다. 검찰이 유 전회장의 은신처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을 수색할 당시 유 전회장이 2층 통나무 벽장 속에 숨어 있었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해 그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달 뒤 벽장 안에서 현금 8억3천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발견됐다. 그러나 검찰은 유병언을 놓친 것과, 현금을 발견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지난 22일 유 전회장 사망이 DNA 감식을 통해 공식 확인되자 뒤늦게 밝혔다. 그동안 사실을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던 것이다.

유병언이 발견되면 모든 것이 끝날줄 알았다. 그러나 의혹은 더 확산되고, 확인 안된 루머로 세상은 더 어지럽다. 수사기록을 버젓이 유출한 경찰, 유 전회장을 눈앞에 두고 놓친 것이 창피해 사실을 은폐하는 검찰의 행태를 보면, 중국에서 죽었다는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루머가 틀린 말도 아닐거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만큼 검·경의 수사가 엉터리라 이 조직을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개 지검장의 사표 한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책임은 더 큰 윗선이 져야 한다. 검찰과 경찰,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