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쪽방이나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매입·전세임대주택이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업무 처리지침'을 개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여인숙, 노숙인시설 등 비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지금도 매입·전세임대의 15%는 쪽방 같은 비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입주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앞으로 LH도 대상을 정해 공급하도록 한다는 게 개정의 요지다.

국토부가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개편된 주거급여(주택바우처) 제도의 시범사업을 앞두고 LH를 통해 시범사업 대상인 23개 시·군·구에서 임차 수급자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지역 내 기존 임차 수급자는 6만3천가구인데 이 중 3만9천가구가 제도 개편에 따라 급여를 추가로 지급받을 것으로 국토부는 당초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 급여를 더 받게 되는 가구는 2만6천가구에 그쳤다.

개편된 주거급여 제도는 저소득층이 실제 부담하는 임차료만큼 주거급여를 지급해 결과적으로 지원액을 확대하는 내용인데 이들이 현재 내고 있는 임차료가 최저주거기준 수준인 '기준임대료'보다 적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건상 시·군·구가 수급자들의 주거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보니 쪽방, 고시원 등에 살아서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대상인데도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LH가 대상자를 파악한 만큼 LH도 직접 매입·전세임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침을 고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거지에 사는 저소득층 현황을 파악해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거나 좀 더 질 좋은 주택으로 이사하도록 알선하는 등 주거 상향을 지원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시범사업 첫 달인 이달 30일 23개 시범사업 지역의 2만6천가구에게 평균 약 5만원의 추가 주택급여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달에는 기존 임차 수급자 6만3천명 가운데 주거 실태 조사가 완료된 6만명만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조사 거부나 주소지 불분명 등의 이유로 조사가 덜 끝난 나머지 3천가구는 추가조사를 거쳐 지급 대상자로 결정되면 8월 이후 소급해 지급하게 된다.

시범사업 지역은 서울 성북구·서대문구·노원구, 인천 남구, 경기 부천시·의왕시·시흥시, 광주 서구·광산구, 울산 중구·동구, 세종시, 부산 금정구, 강원 춘천시, 충북 괴산군, 전남 순천시·담양군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급여를 받을 수 없으니 조사에 잘 협조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