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신경기변전소 건설 추진과정에서 5개 지역을 예비후보지로 발표, 각 지역의 시위를 경쟁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8일 여주 썬밸리호텔에서 '765㎸ 신경기변전소 및 관련 송전선로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여주시 금사면·산북면, 광주시 곤지암, 이천시 마장면 등 5곳을 예비후보지로 확정 발표했다.

이에따라 각 시·군 예비후보지역에서는 비대위 구성, 플래카드 게첨, 사무실 설치와 함께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 18일 돌연 신경기변전소 건립사업의 모든 일정을 연말까지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다음달 예정된 신경기변전소 예비후보지 5곳에 대한 현지 실사와 다음달 26일 열기로 한 입지선정위원회 7차 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한전이 각 지역의 시위 강도를 평가해 보려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양평군은 강하면 전수리를 비롯한 15개 리에서 리별 투쟁 지원금 50만원씩을 갹출해 읍·면·동별 플래카드 게첨을 하기로 협의하고 예비후보지 입구에 주민들이 교대 근무를 하며 한전의 전수조사를 위한 사전방문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마을별로 반상회를 열고 한전의 변전소 건립계획을 전파하고 건립 저지에 군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여주시의 경우도 2곳의 예비후보지가 결정되자 지난 22일 원경희 시장과 금사면·산북면 변전소건설반대대책위원회가 시청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이천시도 마찬가지여서 면단위 비대위 구성과 마을별로 플래카드를 게첨하고 있다.

양평군의 비대위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마을기금을 걷어 사용하고 있다. 예비후보지를 5곳이나 정해 각 지역의 시위 강도를 평가해 최종 선정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각 시·군별 시위에 사용되는 비용만도 억대는 될 것으로 보이며 고생할 주민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천시 관계자 역시 "시위 준비로 노인정 지원금까지 돌려써야 할 판이며 연말까지 연기를 했으나 비용은 더 들어갈 것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집회를 하는데까지 비용을 써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지역 비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지를 2곳 정도로 압축 발표해야 무모한 시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전의 사업 재검토나 잠정보류가 아닌 전면 백지화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후보지를 선정한 것이고 한전측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지역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천·양평/심재호·서인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