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선거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를 공약했다.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에 우수학생이 가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 자사고란 교육과정을 일반고보다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고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지만, 수업료를 일반고보다 3배까지 받을 수 있는 고등학교다. 경기도에는 342곳의 일반고가 있으며 자사고는 안산 동산고와 용인외고 2곳 뿐이다.
이 교육감이 당선되고 공교롭게도 동산고는 지난 6월10일부터 7월3일까지 교육부 평가단이 5년마다 실시하는 운영성과평가에서 자사고 취소 기준인 70점 이하를 받았다. 27개 평가지표 중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장학금 수혜 학생 비율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도교육청은 이 평가를 토대로 지난 18일 동산고 자사고 취소에 대한 협의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어제 청문조사의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안산 동산고는 기독교계 학교로 1995년 개교,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됐다. 자사고 지정 이전에도 알아주는 명문고였다.
하지만 폐지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동산고와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집회를 열고 지정 취소를 1년 유예하고 재평가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동산고 역시 평가점수 산정과 평가기준 및 절차, 지정취소 대상 판단 등에서 도교육청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자사고 운영평가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재평가 수용을 거부했다.
갑작스런 폐지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와 학부모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동산고 자사고 폐지는 자칫 국제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존폐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경기도에 달랑 2개뿐인 자사고가 경기도 교육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시작한 혁신학교와 자사고는 모두 '좋은 교육'을 하자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내에 혁신학교는 무려 282곳이다. 혁신학교는 좋은 학교고, 자사고는 나쁜 학교라는 논리는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동산고의 자사고 취소 여부는 교육부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되겠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겨우 두달만에 한 지역명문고의 존폐가 결정된다면 누가 그걸 이해하겠는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재고하길 바란다.
안산 동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재고해야
입력 2014-07-2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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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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