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H5N8형)가 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비웃듯 종식 예고만 되면 추가 발병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에서 처음 유행한 신종 AI를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가을 대유행(경인일보 7월 10일자 1·3면 보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는 8월 중순께 종식선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살처분 이후 추가 발병이 일어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종식예고 4일만인 지난 25일 전남 함평 오리농장에서 AI의심신고가 접수됐고, 27일에는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앞서 농림부는 5월 중순에도 종식시기를 6월말께로 예상했지만, 같은달 24일 안성 오리농장에서 AI가 발병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추가 발병이 가을 대유행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복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낸 신종 바이러스가 휴가철에 이동하는 차량 등을 통해 확산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민족의 대이동이 벌어지는 추석이 예년보다 10여일 빠른 점도 방역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AI권위자인 충남대학교 서상희(수의학과) 교수는 이미 가을철 AI대폭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한 상태다.

농림부와 전남도 등 방역당국은 28일부터 AI가 발생했던 가금류 농가를 중심으로 일제점검을 벌이는 등 확산방지에 주력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의과학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일(가을 대유행)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며 "앞서 국내에서 4차례 발생한 AI바이러스(H5N1형)와 이번에 발병한 신종 H5N8형은 엄연히 다르다. 지금은 섣불리 종식을 예상할 때가 아니다. 토착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