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방임등 학대 의심
부모가 둘째兒 실종 숨기고
병원치료 1년여 못받았는데
단순병사로 사건 종결 허점

입양아가 양부모에 의해 신원이 바뀐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경인일보 7월 30일자 23면 보도)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단순 병사로 사건을 종결, 수사에 허점이 드러났다.

30일 경기지방경찰청, 울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망사건이 발생한 일산 경찰서는 사건 발생 40일만인 지난 5월 9일 이 사건을 타살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사망 당시 아이의 상태를 살폈던 의사들이 방임 등 학대를 의심했지만, 경찰은 부검결과만 믿고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피부상태가 안 좋은 아이를 돌보고자 양부모가 집을 깨끗이하고 치료용도의 소독약 등이 발견된 점, 숨진 아이의 큰형 진술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아동학대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김씨 부부 호적에 등록된 입양아 3명 중 둘째 아이가 실종됐고, 이를 부부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양부모가 만 7세인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데다 첫째도 나이에 비해 취학이 늦었고 전학이 잦았다는 점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부검 결과만 믿고 아이가 사망에 이를 때까지 1년 넘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간과했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 이후 숨진 정모(5)군의 생모 A씨는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대전, 일산, 울진 등 전국을 찾아다녔다. 생모 A씨는 양모 조모씨에게 수차례 정군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씨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피하고 행방이 묘연한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신고로 현재 사건을 수사중인 울진경찰서 관계자는 "부검결과는 신뢰하지만 아이가 왜 그 상태까지 갔는지, 양부모가 2011년 실종됐다고 밝힌 둘째 아들은 어디에 있는지 등 전면 재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이 사망 전 양부모의 선행 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 발견되고 있다. 일산서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산서 관계자는 "당시 수사했던 내용을 전부 울진경찰서에서 인계한 상태"라며 "병원의 판단과 부검 결과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과도 협조하고 집에도 방문하는 등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북지방경찰청은 "단순 병사가 아닌 아이의 실종과 연관돼 있는 만큼 특별수사팀을 꾸려 전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윤수경·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