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줄 알고 왔는데 너무 더러워 기분만 상했습니다."

31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물놀이터. 아이들 100여명이 한창 물놀이를 하는 가운데 한편에서 5세가량의 남자아이가 물놀이터 안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또 물속을 자세히 보니 일회용 젓가락 포장지와 각종 쓰레기,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뒤섞여 불쾌감마저 들게 한다.

인근 수원시 영통구의 한 물놀이터에선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바로 옆에 벌레 사체 여러 개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물놀이 전용 샘방지용 기저귀를 차야 하지만 이곳 물놀이터에 온 어린이들 중 샘방지용 기저귀를 찬 어린이는 한명도 없었다.

의왕시 포일동의 한 물놀이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물놀이용 신발을 신고 화장실과 놀이터를 오고가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제재하는 관리인은 아무도 없었다.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지자체마다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물놀이터를 곳곳에 개장하고 있지만 수질·안전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물놀이터는 주로 공원이나 복합시설 한쪽에 한시적으로 바닥에 물을 채워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공간으로, 도심속 이색공간으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마다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한두곳씩 개장하기 시작한 물놀이터는 현재 도내 202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물놀이터가 늘면서, 도는 물놀이터의 용수를 매일 교체하고 주 1회 수질검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지자체마다 수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눈병과 피부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수원시가 최근 영통구의 한 놀이터에 대한 탁도를 조사한 결과, 1.05NTU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분수 수질 기준(4.0NTU)에는 적합한 것이지만, 강원도내 12개 주요 해수욕장의 올해 평균 탁도(0.44NTU)와 비교했을 때 2배 넘게 탁한 수준이다. 육안으로도 더럽다는 것이 확인될 정도다.

인근에 사는 A씨는 "물을 채울 때 놀이터 근처까지 하수구 냄새가 난다"며 "특히 물놀이터에서 놀다간 어린이들 사이에서 눈병과 피부병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수질 기준을 초과한 시설은 재검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