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를 맞아 조선업계가 일손을 멈추고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의 공식 휴가가 오는 4일부터 시작된다. 앞뒤 주말을 합치면 업체별로 사실상 열흘에서 최장 2주의 휴가가 주어진다.

올해는 휴가를 앞둔 직원들의 표정이 업체에 따라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도출된 단체협약에 의거, 장장 2주 동안 여름휴가를 보내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통상임금의 50%를 휴가비로 받아들고 예년 같으면 들뜬 마음으로 긴 휴가를 맞이했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회사가 2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인 1조1천37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비상경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도 1천889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큰 적자를 내 올들어 누적 손실만 1조4천억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보통 여름휴가 전에 타결되던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도 올해는 노사가 의견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며 타결이 휴가 이후로 미뤄져 이래저래 사원들의 마음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두둑한 휴가 봉투와 함께 열흘 간의 휴가길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은 휴가 직전인 지난 1일 임단협을 타결 짓고 이에 따른 격려금 280만원을 휴가비 50만원과 함께 직원들 손에 쥐어줬다.

오는 14일 2분기 실적발표를 할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역시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직원들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재충전을 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에는 8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2분기 실적이 개선되며 그나마 한시름 놓고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3천625억원의 큰 손실을 보고했으나 2분기에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2천6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 유독 안전 사고가 속출한 조선업계는 혹서기에 조업을 쉼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휴가 기간에 주요 설비를 점검함으로써 하반기에는 안전 사고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