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공노할 사건", "구타가 아닌 고문치사다", "군대판 악마를 보았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오전과 오후 잇따라 열린 국회 국방위, 법제사법위의 4일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선임병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받은 끝에 사망한 윤 모 일병 사건에 대한 질타가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부대 관리 실태에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했으며,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사건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해당 부대의 대대장(중령)과 본부포대장(중위) 등 일선 지휘관도 출석시켜 진상 규명을 시도했다.

◇"군 수뇌부도 책임져야" = 일선 지휘관은 물론 군 수뇌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과거부터 대물림 한 가혹행위였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서, 또 그때 지휘관을 찾아 처벌해야 한다"면서 "법적 유효기간이 언제인지 모르나 소급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찬 의원은 "제2의 군대판 세월호 참사"라면서 "지휘부가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만약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구타가 아닌 고문치사 사건"이라면서 "최고 지휘관부터 말단 장병까지 의식이 변해야 하며, 구태의연한 정신교육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신세대 의식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군대 내 폭행 가혹 행위 사건 중 가장극악하고 군대판 '악마를 보았다'라는 평도 나온다"면서 "군 수뇌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는 경각심이 군내에 스며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쇄살인마의 엽기 행각을 그린 영화에서나 볼법한 게 현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군부대에서 간부는 무엇을 했고, 24시간 감시체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사건"이라면서 "대체 군 간부는 부대장악이나 부하 신상파악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질책했다.

◇드러난 사병 관리 '부실' = 윤 일병은 해당 부대로 전입해 온 당일(2월18일)에만 본부포대장과 면담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가혹행위와 폭행이 이어진 그 이후에는 별다른 보호 조치가 없던 셈이다. 

해당 부대의 본부포대장은 "전입해 온 당일에 (윤 일병을) 개인적으로 면담했다"면서 "평소에 대화는 많이 하고, 의무반을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순찰하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때리는지는 몰랐다"고 증언했다. 

김성찬 의원은 "전입하고 나서 일주일, 10일 이럴 때 과연 적응했는지를 봐야지간부들이 부대 관리 기법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공소장을 보니 아침부터 4시40분에 병원으로 실려갈 때까지 하루종일 두들겨 패고, 의식 잃고 쓰러지니 수액주사 놓고 깨니 또 때렸다"면서 "정신 잃고, 침흘리고, 오줌싸고 쓰러지니 꾀병 부린다고 또 때렸는데 사람으로 안 본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병의 계급별 기간을 아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질의에 머뭇거리며 "4개월, 6개월 이렇게 해서…"라고 말했다가 "정확하게 모른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사병복무기간은 3, 7,7,4(개월)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윤모일병 폭행치사 사건 긴급 현안보고에서 윤일병의 사진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병 휴대전화 보유 허용해야"…재발방지책 봇물 =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개인 인권존중 차원에서 알몸 검사가 금지된 점을 언급하면서 "체육 활동을 할 때 반바지 차림만 보면 몸에 흉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고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한 박종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진성준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 내부의 힘만으로 안된다"면서 "국회가나서서 군의 잘못을 수술할 수 있게 하는 옴부즈맨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족과 민간전문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조사기구 필요하다"(김광진 의원), "사각지대인 내무반에 CCTV 설치를 해야 한다"(문재인 의원) 같은 제안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민구 장관은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병영문화 혁신 위원회를 연말까지 운영하면서 제대로 쇄신책 강구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최초에 사실을 인지한 때와 중간에 시간이 가면서 밝혀지는 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서 "최초에 병사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노력했고, 그렇게 보고돼서 그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권 참모총장은 또 휴대전화 보유 허용에 대해 "그 부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 한민구 국방장관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윤모일병 폭행치사 사건 긴급 현안보고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죄 적용해야"…법사위도 추궁 = 군 검찰이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 등을 적용한 게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했다. 
 
또 한 장관의 사건 인지 시점 및 허술한 보고 체계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기소단계부터 살인죄가 충분히 검토됐어야 한다"며 "안일하게 상해치사죄만 적용한 것이 군 당국이 인권을 보는 입장이라 단정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은 "우선 공소장을 (살인혐의로) 변경할 필요가 있고, (수사·재판) 관할도 28사단에서 상급 관할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한 장관이 이 사건에 대해 지난 6월30일 국방장관에 취임한 이후 보고받은 게 없고 지난 7월31일에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인지했다고 하자"이게 군의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같은 당 이병석 의원도 "엄청난 사건에 대해 자체 보고를 지휘부나 계통을 통해보고받지 못하는 국방부 장관이 뭘 하고 있느냐"면서 "국방장관을 핫바지로 만든 것"이라고 군 전체를 질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