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국립질병통제센터(CDC)가 28일(현지시간) 제공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습. 서부 아프리카에서 지난 3월 발병한 에볼라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등 4개국으로 번지며 66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AP=연합뉴스
약도 예방법도 없다는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미국 질병 당국이 20년도 더 된 '수혈' 요법을 동원하고 있다.

바로 에볼라를 이겨낸 생존자의 피를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주술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방법으로 에볼라를 치료한 전례가 있어 비상한관심을 끌고 있다고 미국 뉴스위크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돼 현재 미국 병원에서 치료중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3)는 미국으로 이송되기 전 자신이 치료했던 14세 에볼라 생존자 소년의 혈장을 주입받았다.

이 소년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브랜틀리 박사를 돕고 싶다면서 자신의 혈액을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요법은 생존자에 혈액 안에 에볼라와 싸워 이긴 항체가 있으니, 이 항체가 들어 있는 혈액을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면 치료에 효과가 있을 거란 논리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년 전인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로 245명이 사망했을 당시 콩고 의사들은 서방 의사들의 반대에도 이 요법을 실험적으로 적용했다.

그 결과 생존자의 혈장을 주입받은 환자 8명 중 무려 7명이 살아남았다. 치사율이 아닌 생존율이 90%였던 것이다.

과거 아르헨티나에서도 이 요법을 다른 전염병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질병 당국은 에볼라가 창궐하자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 기록들을 뒤져 이 요법을 복기해 브랜틀리 박사에게 적용했다.

소년의 피 덕분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브랜틀리 박사는 미국으로 송환된 이후 상태가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들에도 각국 의료 당국이 이를 치료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간 생존자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의학적인 증명 실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혈액을 기증한 14세 소년의 사례가 현재 세계가 모두 기다리는 에볼라 치료법 개발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또 다른 미국인 낸시 라이트볼(60·여)도 브랜틀리 박사가 입원 중인 미국 에모리대 병원으로 곧 이송될 예정이다.

WHO는 이번 에볼라 창궐로 현재까지 최소 1천440명이 감염됐으며 826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