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상은 국회의원이 16일 오후 인천시 중구 자신의 의원사무실에서 열린 당직자 회에 참석해 자신의 차량에서 도난당한 2천만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차량에 실었던 2천만원은 집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의 일부"라며 "변호사 선임료로 사용하려던 돈이다. 불법정치자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검찰의 이른바 '관피아'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야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가게 됐다. 

검찰이 민관유착 비리의 정점을 민·관 양쪽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국회로 보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검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조현룡(69) 의원은 철도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6일 오전 10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출처 불명의 뭉칫돈이 발견된 같은 당 박상은(65) 의원도 검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검찰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신계륜(60)·김재윤(49) 의원에게도 이번주 출석하라고 통보하고 일정을 맞추고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신학용(62) 의원에게도 곧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이 금품수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는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 이후 2년 만이다.

민주당 박지원(72)·이석현(63) 의원과 새누리당 정두언(57) 의원은 2012년 7월부터 9월 사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줄줄이 출석했다.

이 가운데 솔로몬저축은행에서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석현 의원은 무죄가 확정됐다. 

8천만원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의원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두언 의원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고초를 겪었으나 지난 6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해 혐의를 사실상 벗었다. 

이상득(79) 전 새누리당 의원은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수사 당시 현직은 아니었다.

이번에 소환통보를 받은 의원 4명에 대한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고 서울중앙지검이 정관계 사정작업을 사실상 전담하게 된 이후 현역 의원을 사법처리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조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운전기사와 측근을 체포했다가 지난 1일 밤 늦게 풀어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뇌물 혐의에 연루돼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피의자를 석방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검찰은 이들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틀간 조사에서 조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고 진술 이외의 물증도 이미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조 의원을 소환 조사한 이후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수수한 액수가 1억원을 훌쩍 넘는데다 의정활동을 통해 청탁을 들어주는 등 범죄 혐의가 질적으로도 중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오는 19일까지 열리기때문에 당장 조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울종합예술학교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6월 이 학교를 압수수색한 뒤 두 달 가까이 주변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정관계 로비 혐의를 집중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선상에 오른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소환이 임박한 시점에 수사 상황이 공개되자 '야당탄압'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신계륜 의원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박상은, 조현룡 의원의 검찰소환과 연동해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말했다.

김재윤 의원도 금품 수수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다. 빨리 해명하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