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멍 자국을 보이지 않으려고 면회간다는 엄마에게 4월엔 안 된다고 했던 ○○야. 혹시라도 불이익 당할까 봐 주저앉았다. 그때 내가 미친 척 부대를 찾아갔더라면…. 너에게 죄스러워서 하루하루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에서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모(21) 일병의 어머니 안모(58) 씨가 8일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회한을 토해냈다.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는 군인권센터 주최로 윤 일병을 포함, 군에서 숨진 이들의 넋을 기리는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안씨는 "엄마 아빠한테 항상 다정하고 착한 아들이었던 ○○가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가버렸다"며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제대로 진실 규명이 되고 제2, 제3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일병의 유족을 비롯해 훈련소에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 성폭행으로 자살한 15사단 여군 오 대위, 뇌종양으로 방치되고 사망한 신성민 상병의 유족 등 시민 100명이 참석했다.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군에서 자녀를 잃은 가족들이 국방부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 시작 전부터 아들·딸의 영정을 끌어안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유족들은 안씨가 한 마디씩 말을 이을 때마다 서러운 울음을 내뱉었다.

지난 2011년 제대로 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숨진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는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고 싶은 걸 참으며 어금니를 깨무느라 턱관절이 아프다"며 "힘없는 엄마의 아들로 이 땅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현장에는 '눈 가리고 아웅 마라, 온 국민이 지켜본다', '나라 지킨 내 새끼 개죽음이 웬 말이냐', '입대할 때 모습 그대로 돌려달라' 등의 피켓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 "저도 또 다른 윤 일병의 엄마다", "두 아들을 둔 엄만데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군대 보내냐"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가 공소장을 변경해 윤 일병의 가해자들에 대한 혐의를 살인죄로 바꾸려 하는 등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 밑의 지휘관들이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군사법원에서는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인권법'의 국회 처리와 이명박 정권에서 폐지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부활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후 구타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피멍'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국방부 정문 앞 펜스에 묶고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