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폭력 사태로 전 군이 초긴장 상태인 가운데 주말인 지난 9일 도내 군 관련 골프장마다 군인들이 몰리면서 비상 사태를 무색케 했다.

9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 덕산대 체력단련장에는 군인들로 보이는 이용객들이 골프를 한창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해군복지근무지원단이 운영하는 9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이날 클럽하우스 카운터에서는 군번과 이름이 적힌 입장자 명부가 있었다. 이들은 '윤일병 사망사고'로 군당국이 비상에 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굿 샷'을 외치면서 골프를 즐겼다.

더욱이 이날 연천에서 사병이 군용트럭을 몰고 탈영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지만 대부분 아무 일도 없는 듯 한가롭게 골프를 치며 잡담을 나눴다. 일부는 공이 잘 맞지 않은 듯 아쉬움의 탄성을 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이날 현역 군인들이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남수원CC에도 아침부터 군인으로 보이는 이용객들이 이어졌다. 이들이 타고온 차량에는 군 마크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고 군 폭력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는 아예 신경쓰지 않는 듯 골프 삼매경에 빠졌다.

용인 처인GC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클럽하우스 입구에서부터 상급자에게 거수 경례를 주고 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는 내기 골프를 하는듯 간간이 "이번에 이기면 십만원"이라는 말도 들렸다.

동여주GC에도 한 눈에 봐도 군인처럼 보이는 이용객들이 농담을 주고 받으며 골프를 즐겼다. 폭염 속에서 골프를 치다가 더울 때는 '그늘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이 골프장도 이날 현역군인들이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골프장 관계자는 "군이 비상인데도 오히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골프장에 온 군인들이 더 많다"며 "대부분 장교들로 이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골프를 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골프장 운영을 중단하기도 힘들다"며 "군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골프를) 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권준우·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