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성자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드디어 오늘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해 1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방한 기간동안 교황은 따뜻한 손길로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을 어루만지고, 낮은 발길로 순교의 '성지'를 순례하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이번 교황 방한은 1984년,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세번째로 국무성 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등 고위성직자 30여명 등 대규모 순방단이 함께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서울공항에 마중을 나갈 예정이다.
천주교의 수장이자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라는 두가지 성격을 지닌 교황은 청와대 초청에 의해 국빈으로도 방문하는 만큼 도착 후 청와대가 주관하는 공식 환영식에도 참석한다. 교황은 방문기간동안 아시아청년, 사제, 평신도 등은 물론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등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나 종교간 화합을 역설하게 된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 및 피해 학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경남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꽃동네 거주 장애인 등 이 사회에서 갈등과 반목으로 힘겨워하는 이들도 만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로 꼽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같은 행보는 늘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소박하게 살아온 그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위명도 청빈과 박애의 삶을 살았던 이탈리아의 성자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지난해 77세 생일에는 노숙자 4명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 했으며,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세계 최대 빈민촌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르깅야 슬럼가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고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한국에서도 어려움과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것이다. 방탄도 아닌 소형차로 이동하면서 갑자기 내려 주민들의 손을 잡는 인간미를 보여주는 그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주변에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소홀히 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교황의 방한이 사회적 약자들과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갈등과 반목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황 방한, 갈등과 반목 푸는 계기로
입력 2014-08-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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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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