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24위의 시복식에 참석하는 것이 방한의 주요 목적이었으나 단순히 종교적 차원의 행보에 머무르지 않았다. 교황의 방한이 한국사회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것은 우리 사회의 아픔과 각종 모순 및 부패가 집적해서 나타난 기간이라는 시기적 요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황이 보인 소통과 공감의 진정성이 천주교도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황의 파격적 행보의 연속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듬는 평등과 사랑의 일관된 인식의 발현이었다.

교황은 방한 첫날 서울공항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잡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고 15일에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별도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위로했다. 교황은 밀양 송전탑 반대자들, 강정마을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 사회의 소외된 약자와 취약계층을 만났다. 교황의 4박5일 동안의 '평화와 화해'의 일정은 종교 일반의 메시지와는 달랐다.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메시지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천적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했다. 과도한 경쟁과 물질주의에 대한 질타, 풍요로움의 그늘에 묻혀있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위로와 배려의 메시지는 한국사회가 깊이 간직해야 할 교훈이다.

사안마다 충돌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정치력의 부재는 정치사회적 대립으로 증폭되고 정치는 갈등의 조정이라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후 120일이 넘도록 세월호 특별법 국회 통과는 물론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현실정치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세월호 참사 후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인정하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유가족들을 마음으로부터 위로하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왜 대통령과 여당의 지도부는 세월호 유가족 단식현장이라도 찾아가서 위로하는 모습도 보이지 못하는 것일까. 세월호 유족들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에게서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위안을 얻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본다. 여야 정치권이 교황의 4박5일의 방한이 남긴 깊은 메시지와 교훈을 잊지 않는 것이 교황에게 치유의 감동을 받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