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 李漢東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한일 우호협력관계에 대한 '심대한 손상'을 경고하며, 범정부차원의 대응 입장을 천명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일본 우익인사들로 구성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제출한 문제의 교과서가 문부성 검정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교과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이날 李廷彬외교장관이 지방출장중인 데라다 데루스케주한 일본대사를 긴급 초치,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우려를 공식 전달한데서도 드러난다.
 특히 金大中대통령도 3·1절 82주년 기념사를 통해 한일 우호협력 정신과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포괄적인 언급을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정부가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일본측에 전달한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로, 우선지난 98년 채택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이뤄진 양국간 실질협력·우호관계의 진전이 이번 '교과서' 파문으로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지난 82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당시 일본 정부가 밝힌 '근린제국에대한 배려'(이웃국가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라는 국제적 약속은 한일관계 뿐만아니라 일본을 위해서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조용한 해결'을 추진하던 우리 정부의 대응방향이 전환된 것은 일본내 불안정한 정치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일본 외무성도 외교기밀비 사건으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고민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문이 거세게 일던 지난 82년에는 일본 내에서도 왜곡 문제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지만 이번에는 일본내 비판여론도 '뜨겁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국내 정치권은 물론 민간차원의 총체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정부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상황전개 결과에 따라 외교채널 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부처간에 구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검토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외교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