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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에 풀려나자 '돌변'
사건 빌미 현금 요구 협박
알고보니 사기등 전력 화려
'지명통보' 상태 연락두절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었다'.
빚을 갚지 않아 쫓기던 40대가 채권자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뒤 납치사건을 빌미로 이들을 협박, 채무탕감과 현금을 요구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9시56분께 수원시 인계동의 한 식당에 20~30대 남자 4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밥을 먹던 김모(48)씨 등 2명을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하고 타고온 카니발 차량에 강제로 태우고 달아났다. 이들은 2시간을 달려 김씨의 집이 있는 대전의 신탄진에 도착한 뒤 돈을 갖고 나오라며 위협했다.
김씨를 납치한 진모(29)씨 등 4명은 탱크로리 차량을 몰다 최근 수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기름값 6천800만원을 주고도 정작 기름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방곡곡을 돌며 김씨를 찾던 진씨 등은 지인으로부터 김씨가 수원 인계동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달려와 돈을 받기 위해 납치를 했다.
김씨가 남자 4명에게 강제로 끌려가자 주변 손님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납치도중 김씨도 몰래 지인에게 연락해 또다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납치 용의차량을 발견한 경찰의 대처는 황당했다.
대전지역 경찰이 이날 오후 11시50분께 납치한 차량을 발견하고 검문까지 벌였지만 위협을 느낀 김씨 등이 '아무일 아닙니다'라고 하자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대로 되돌아 갔던 것이다.
결국 김씨는 사흘 동안 이곳저곳을 끌려다니며 빚을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김씨는 지불각서를 작성한 뒤에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풀려난 뒤 갑자기 돌변했다. 진씨 등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사건을 없던 일로 해주는 대가로 채무변제는 물론이고, 5천만원을 가져오라'고 되레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신고를 받은 수원남부서의 수사로 진씨 등 4명이 납치범으로 검거됐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진씨 등 4명을 특수강도미수 및 감금 혐의로 차례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납치를 벌인 일당이 오히려 협박을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김씨는 이들이 경찰에 붙잡힐 것이 두려워 빚도 탕감해주고, 돈도 더 줄 것으로 믿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도로교통법위반, 유사석유판매, 사기 등으로 지명통보된 상태로, 납치사건 최초 조사 이후 경찰의 재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강영훈·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