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륜을 알고 있다."

지난 22일 교직원 A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 남성의 섬뜩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남성은 다짜고짜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공무원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별다른 잘못이 없는 B씨였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불륜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화기 건너편의 남성은 지난 5월 출소한 김모(55)씨로 2009년에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던 상습공갈범이었다.

김씨는 관공서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나 교육청, 세무서 등의 전화번호를 검색, 대상을 물색한 뒤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공무원들이 전화를 받으면 "불륜을 폭로하겠다"며 수백만원을 요구했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가 뜯어낸 돈은 모두 2천600만원. 돈을 준 사람은 C씨 등 6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제발이 저렸던' 도내 교육공무원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수정경찰서는 27일 상습공갈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김씨의 통장을 바탕으로 17명의 추가 피해자를 확인했으며, 김씨가 갖고 있던 200여명의 연락처를 토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성남/김규식·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