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사로 일해온 A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중학교 1학년 학급에서 학생들 간에 다툼이 발생하자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종례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한 뒤 가해학생에게 분이 풀릴 때까지 피해학생을 때리라고 시킨 것이다.

당시 피해학생은 양호실에서 치료까지 받고 온 상황이었다.

A씨의 비위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특정 회사에서 만든 방과 후 수업교재를 학생들에게 직접 돈을 받고 판 뒤 중간고사 시험에서 자신이 팔았던 그 교재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 냈다.

객관식 문제 6개가 방과 후 수업교재에 있는 것과 완전히 똑같거나 일부 용어만 바뀐 채 출제된 것이었다.

결국 교육청 감사에 적발돼 학생들은 중간고사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다.

A씨는 또 학부모들에게 간식비를 요구하고, 학생 상담을 한다며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학칙에 따라 벌점을 매겨야 하지만 벌점 대신 벌금을 내도록 했다. 한 학생의 경우 벌금이 10만원을 넘어서자 학부모에게서 가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적발한 학교는 지난해 8월 교원으로서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를 파면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위는 파면 처분은 과하다며 정직 3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춰줬다.

학교 측은 그러나 A씨의 경우 비위 정도가 중해 파면해야 한다며 소청위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학교 측이 소청위를 상대로 낸 이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을 때리도록 한 것은 사실상 새로운 폭력을 조장한 것으로 대단히 비교육적이다"며 "피해 학생에게 깊은 상처가 남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를 학교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2011년에도 기말고사 답안지 채점을 잘못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험 출제와 관련한 비위를 저질러 학생들이 재시험까지 치르게 됐다"며 "시험 문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향후 진로 설정에 극히 중요한 점을 고려하면 비위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성숙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다른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파면처분을 정직 3개월로 낮춰준 소청위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