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서울로 가던 열차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철길을 건너던 행인 3명을 차례로 치어 숨지게 하는 기이한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열차는 여수발 서울행 162호 새마을호로 1일 전남 여수와 전북 완주, 익산에서 3차례나 사고를 내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7량의 객차를 달고 여수를 출발한 이 열차(기관사 김길선.56)가 첫 사고를 낸 시각은 여수를 출발한지 40여분만인 오전 11시께.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부근 철길 건널목을 건너던 이모(81.여.순천시 연향동)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긴급조치를 끝내고 북상하던 이 열차(기관사 변기연.45)는 오후 1시 4분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 삼례역 구내에서 철길을 횡단하던 강모(72.여.완주군 삼례읍)씨를 치였으며 35분후인 오후 1시 39분께 익산시 함열읍 와리 용성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철길을 건너던 이 마을 구모(79)씨를 다
시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때마다 열차의 운전대를 잡은 기관사가 다른 것도 특이한 점.

첫 사고를 낸 기관사 김씨는 기관차 승무경로 지정규칙에 따라 여수-순천, 두번째 기관사는 순천-익산, 세번째 기관사는 익산-대전 구간을 운행했는데 기관사가 교체될 때마다 차례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고열차는 당초 예정시각보다 32분 늦은 오후 4시 23분께 서울역에 도착했으며 승객들은 끔찍한 사고를 3번이나 목격해 어안이 벙벙한 채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보통 시속 100㎞로 달리는 열차는 급제동을 걸어도 500m 정도 더 굴러가다 멈추게 된다”면서 “사망자들이 모두 70-80대 노인들로 거동이 불편해 열차를 발견하고도 빨리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라선 여수-익산 구간을 담당하는 철도청 순천지역사무소 안전담당관실 윤영철(46)씨는 “26년간 근무하는 동안 같은 열차가 한번의 운행에서 3명을 치는 사고는 처음 봤다”면서 “아무래도 사고 열차에 고사라도 지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쉬었다.

이날 사고를 당한 노인들은 철도법과 철도운송 규정을 위반해 철길을 무단횡단했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며 철도당국이나 기관사들도 면책된다.

다만 사고를 당한 사람이 행여자나 생활보호 대상자로 형편이 어려울 경우 도의적 차원에서 장례비 정도가 지급되는 것이 관행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