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거나 신고하면 얼굴에 황산 뿌릴테니 알아서해."

고철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동두천의 한 고물상 한쪽, 쓰러져가는 단층 건물의 문에는 자물쇠가 달려있었다. 33㎡ 남짓한 어두컴컴한 방에는 때에 절은 이불과 옷가지들이 뒤엉켜 있었으며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모(41)씨 등 5명은 지난 2007년부터 이곳에 머물며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고물을 수거·분리하는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지냈다.

고물상 주인인 박모(55)씨는 이들을 감금한 채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김씨는 7년동안 단 한차례도 급여를 받은 적이 없었다. 하루 13시간 이상 노동의 대가는 담배 한 갑과 막걸리 1병이 전부였다.

주인 박씨는 김씨 등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주먹을 휘둘렀다. 특히 박씨는 이들에게 도망가거나 신고할 경우에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종종 칼과 황산이 든 병을 보여주며 협박하기도 했다.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던 김씨 등은 '먹여주며 재워준다'는 박씨의 말에 속아 고물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으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폭행을 당해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못했다.

김씨 등은 종종 보험 사기극에도 동원됐다. 박씨는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고물수거용 1t트럭 2대를 이용, 종업원을 돌아가며 차에 태운 뒤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강제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빼돌렸다.

지난 7년여간 지속되던 이들의 '고물상 노예' 생활은 잦은 보험금 수령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끝이났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과는 4일 144회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에 입원하는 수법으로 보험회사로부터 모두 4억300만원을 뜯어낸 박씨를 감금·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최재훈·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