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이 내정자 시절부터 '동네 조폭 근절' 의지를 밝힌 데에 이어 취임사를 통해 "학교, 공원, 통학로 주변 등 생활 주변의 치안력을 높이고 서민을 괴롭히는 '동네 조직폭력배'를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경찰이 '동네 조폭 단속'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동네 조폭이란 범죄단체 구성을 하지 않아 조직폭력배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동네 폭력배를 말한다.

사실상 조직폭력배는 아니지만 기초치안사범 단속작전에 경찰이 동네 조폭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용어를 '건달', '깡패', '양아치' 등의 단어를 대신에 고집한 데서 강 청장의 뜻을 받아 이행하려는 경찰 조직의 의지가 읽힌다.

전국적인 동네 조폭 단속 열풍이 불어 오랜 기간 갖은 행패를 부린 건달들이 속속 붙잡히고 있고, 대도시는 물론 시골마을까지 "동네 조폭 신고하라"는 경찰 측이 내건 펼침막이 내걸렸다.

◇ '악명' 높은 동네건달 전국에서 검거

광주 서부경찰은 19일 6년 동안 아파트단지 내에서 행패를 부린 혐의로 서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행패를 부리며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등으로 6년 동안 300여건에 달하는 경찰 신고를 받았다.

시비를 건 뒤 소주병으로 자해해 합의금을 받는 수법으로 용돈 벌이를 해온 서씨는 경비실에 난입, 대변을 보는 등 지속적으로 경비원들을 괴롭혀 그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경비원만 15명에 달했다.

대구에서는 이날 공중목욕탕에 들어가 문신한 몸을 내보인 혐의(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로 향촌동파 두목 탁모(52)씨 등 조직폭력배 5명이 붙잡혀 각각 범칙금 5만원을 부과 당했다.

이씨 등은 이달 중순께 대구 수성구 중동·범어동 일대 공중목욕탕에 들어가 온몸에 새긴 잉어·장미·용 등 문신을 내보인 혐의를 받고 있다.

강원 속초경찰은 소규모 슈퍼마켓 등에 찾아가 여성 상인들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행패를 부리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김모(42)씨를 구속했다.

전북 임실지역에서는 지난 16일 50년 동안 마을주민을 괴롭힌 박모(75)씨가 주민들의 탄원으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법원은 박씨의 주민들이 원성을 고려, 고령인 박씨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15일 폭력을 쓰거나 금품 로비를 벌여 29개 아파트 단지 위탁 관리 계약을 맺게 해주고 위탁관리 업체에서 경비·청소 이권을 건네받아 120억원에 이익을 취한 동네 폭력조직원 19명이 무더기 검거됐다.

◇ '동네 조폭' 신고하면 불법영업 '면책'

경찰청은 불법영업 사실을 동네 조폭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신고를 꺼리는 노래방 업주 등 자영업자의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있어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방자치단체에 동네 조폭을 신고한 피해자의 행정처분을 면제해 주도록 지침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불법영업을 한 자영업자 신고자가 처벌받지 않은 첫 사례도 나왔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7∼8월 인천 서구의 노래방 18곳에서 술을 시키고 도우미를 부른 뒤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업주들로부터 300만원을 뜯은 혐의로 황모(23)씨를 지난 14일 구속했으나 불법영업을 한 업주들은 처벌을 면책받았다.

경찰은 인천 서구 유흥가의 노래방을 돌며 동네 조폭 피해자 형사처벌 면책 방침을 알려주며 신고를 당부했고, 이에 고모(43.여)씨 등 노래방 업주 18명이 일제히 황씨를 신고했다.

◇ "지금까지 뭐했나" "실적 쌓기"…비판 목소리도

경찰의 동네 조폭 집중 단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상습 폭력배는 미리 처벌하지 않고 뭐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주민들이 수십 차례 진정서를 내고 신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정지역에서 행패를 부린 건달을 방치했다가 뒤늦게 실적 쌓기용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에서는 개념이 모호해 오남용 소지가 있는 동네 조폭을 가져다 경찰이 실적 홍보에 이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인천 경찰은 '수도권 일대 아파트 관리비리 수사 결과'에서 '수도권 신규 아파트에 기생하는 동네 조폭 등 검거'로 바꿨고, 교통사고 사기범을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며 '동네조폭'으로 발표했다.

또 경미한 전과밖에 없는 외국인들을 '세력을 확장하려는 동네 조폭'으로 포장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각 지방경찰청에 제시한 동네 조폭의 판단 기준으로 '지역 주민(상인,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갈취 범행으로 상습성이 인정되는 자'로 '상습성'은 최근 3년간 폭력 등 범행으로 전과 3범 이상이거나 여죄를 포함해 총 3건의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인정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미리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찰 관계자는 "개별 사건으로 보면 처벌이 경미한 사안이나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사안이 대부분"이라며 "개별 사건도 원칙대로 처리했지만 구속사유가 안돼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현재까지 100일 단속 검거 실적을 묻는 질문에는 "단속 실적이 목적이 아니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