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여두고 한 말… 부모 고생시킬까봐 그랬다'.

안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환자가 뇌졸중 환자를 목졸라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22일 오전 5시 30분께 안성의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손모(60)씨는 병실을 순시하다 101호 박모(58)씨가 목에 끈이 묶인 채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분명했다. 박씨는 뇌졸중으로 몸 우측이 마비돼 거동은 물론 말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

외부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CCTV상에도 누군가 야간에 입원실을 출입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방에는 박씨와 같은 방을 쓰는 치매환자 이모(79)씨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박씨의 목에 묶인 끈이 사건발생 전날밤 요양보호사들이 이씨의 손을 결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같은 것임을 확인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 결국 이씨는 "심야시간 박씨가 말은 못하고 끙끙대는 것을 보고 '부모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가라'며 내가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해당 요양원 관계자는 "이씨의 치매성 폭력 때문에 평소 손을 묶었던 것"이라며 "비상상황 등에 대비해 끈을 느슨하게 묶어두는데 이씨가 끈을 풀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성경찰서는 이날 이씨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조사를 마치는대로 이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명종·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