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와 전혀 상관없는데도
다수 업종, 의무채용 '규제'
프로출신 야구선수도 탈락
"자격증 중시 풍토 개선돼야"


대한민국이 자격증에 매몰되고 있다.

상당수 업종은 실무와 상관없는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토록 규제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한 초중고교는 운동부 지도자 채용 조건에 자격증을 요구하면서 전 국가대표 선수 출신조차 무자격자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월 해당 운동 종목의 자격증 소지자 이외에도 전직 국가대표, 전국대회 입상자 등도 학교 운동부 코치로 채용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확대했다.

하지만 도내 1천200여개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지도자 채용에 우선 조건이 지도자 자격증이다.

용인 역북초의 경우 지난 2월 야구부 감독을 공개채용하면서 '2급 경기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전 국가대표 프로야구선수 출신을 뽑았지만 무자격자라는 이유로 학교 관계자가 징계를 받았다.

또한 지난 5월 야구부 코치 채용공고를 냈던 부천북초교 등 대부분 학교들이 지도자 선정과정에서 경력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명선수 출신이 탈락하고 자격증 소지자가 채용됐다.

자격증 요구는 일반 업소나 기업들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남 A방사선의료기기업체는 지난해 8월 안전관리 책임자로 '방사능동위원소취급자일반면허(RI)' 소지자를 무조건 채용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품질관리기준을 준수, 십수년째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자격증 소지자 채용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RI는 자격증 소지자가 많지 않아 채용도 힘들고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갑자기 자격증 소지자 채용을 강제해 영세업체들은 더 어렵게 됐다"고 성토했다.

의왕에서 머리염색체험방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염색 전문점은 미용사 자격증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자격증이 없는 업소는 모두 무면허로 분류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37·여)씨도 "자격증 시험 범위에 염색과 관련된 항목은 포함조차 돼 있지 않은데 자격증을 요구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미용산업에 대한 규제는 1961년에 만든 미용사법을 토대로 하고 있어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자격증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풍토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