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 규모의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와 대출사기에 이용된 이른바 '대포통장' 모집책과 인출책 등 사기방조범 일당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당신 아들이 납치됐다'고 속이는 등 나쁜 수법으로 국내 피해자 161명을 울린 보이스피싱 범행의 총책은 중국 내 아이피(IP)주소만 확인됐을 뿐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29일 사기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포통장 모집총책 양모(35)씨와 통장 전달책 박모(54)씨를 구속했다. 대포통장은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비정상적 금융 계좌 통장이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고모(35)씨 등 통장 모집책 4명과 김모(42)씨 등 현금 인출책 3명을 구속하고 자신의 통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조모(45·여)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는 지난 3∼8월 모집책을 이용해 확보한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개당 60만원가량을 받고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에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모집책들은 벼룩시장 등에 '알바구직, 재택가능, 월 150만원' 등의 광고를 낸 뒤 연락이 오면 '1일 3만원에 임대' 등 조건으로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을 빌려달라고 해 대포통장을 확보했다.

인출책들은 '아들이 납치됐으니 돈을 보내라'는 등의 보이스피싱이나 전화대출사기 등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는 대로 인출, 지난 4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5개월 동안 약 38억56천만원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인출책들이 갖고 있던 대포통장은 400개, 카드는 750개나 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범행을 총괄한 총책의 신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양씨가 'ㅇ 실장'이라고 부른 총책은 중국 내 아이피주소를 둔 스마트폰 메신저 아이디만 확인된 상태다.

체포된 일당은 ㅇ 실장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총책을 추적 중이며 추가로 확인된 통장 모집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