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정을 추진중인 경기도정에는 3가지 핵심 주제가 실종됐다. 바로 '책임'·'대화'·'합의'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그 자리가 '무책임'·'단절'·'불신'으로 대체되면서, 남경필호가 정책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연정 줄다리기는 도정의 최대 적이다. 다양한 정책 의제가 연정의 틀 속에서 이뤄지도록 했지만, 여·야의 무책임한 결정과 불신 탓에 각종 사업이 발목 잡히면서 '식물 도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하기관 통폐합 문제는 전임 지사 시절부터 거론된 문제로 여·야의 연정 의제로까지 주목받았지만 제자리 상태다.

평생교육진흥원·청소년수련원, 경기복지재단·경기가족여성연구원·경기개발연구원, 경기도박물관·어린이박물관·실학박물관 등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됐지만 민선 6기 출범 100일을 목전에 두고도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남 지사가 사회통합부지사에게 경기복지재단·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경기도청소년수련원·영어마을·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경기도의료원 등 관할 기관에 대한 인사추천권을 부여키로 했지만, 정작 사회통합부지사 추천 문제는 야당내 갈등에 부딪히면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합의점을 이뤄 치러낸 인사청문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기관장 임명이 좌절된 중기센터의 경우 500명의 해외바이어가 초청되는 국제행사를 수장 없이 치러야 한다. 산하기관장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하는 타 기관들도 '적격'보다는 '결격'을 찾는 청문회 과정 때문에, 공모 절차에 애로를 겪고 있다.

20개 항에 달하는 정책합의로 순항할 것 같던 여야간 공약사업도 이번 추경심의에서 빅데이터 등 남 지사를 표적으로 한 역점 예산들이 집중 공격을 당하면서, 연말에 있을 내년도 본예산 처리도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도와 도의회 모두 이 같은 평행선 갈등을 종료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도의회는 집행부 탓으로, 도는 사실상 현 상황을 방기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통합부지사로 대체될 정무부지사의 공석으로 '정무' 기능이 사실상 실종되면서 이를 해결할 물밑접촉과 대화채널도 사라졌다.

도 관계자는 "연정이 도정을 포괄하는 역할이 되다 보니, 연정 갈등 상태에서 도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도가 도의회 여당을 통해 처리 요구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야당을 중시하라는 지사의 시그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및 학계에서는 현재 경기도가 연정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야당은 야당대로 집행부는 도 차원에서 새로운 추진체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여·야 모두 당원 투표 등을 통해 연정의 추진 여부를 결정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태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