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총체적 부실 수사가 연일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오후 검찰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수가 급증한 것은 검찰이 수사·기소 단계부터 엄한 처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이버 명예훼손에 강경 대응하기 전부터 물밑 분위기는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총 474명으로, 이 중 80명(16.9%)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고 394명(83.1%)이 약식 기소됐다.

정보통신망법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위반으로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그동안 10명 중 1명에 그쳤다. 2012년 79명(6.8%), 2013년 114명(9.2%)으로, 구공판 비율이 10%를 초과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0년 한 해 단 1명도 없던 구속 기소도 올해 상반기에는 7명이나 됐다.

전체 기소 중 90% 이상을 약식 기소로 해 벌금형을 선고받도록 하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작년 8월 초 대검 형사부가 '명예훼손 사범 엄정처리 방안'을 밝히면서부터였다.

당시 대검은 "피해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구형 및 상소 기준을 강화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전국 검찰청에 시달하겠다"고 발표했다.

"IP 추적 등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최초 행위자와 중간 전달자를 모두 엄벌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약식 명령을 청구하는 등 전례없는 엄단 의지를 실천했다.

법원도 판결문 양형 이유에서 "지속성과 파급력이 큰 정보통신망", "전파력이 강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웹페이지" 등을 언급하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난달 18일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꾸리면서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사이버 망명' 논란까지 벌어진 상황은 이같은 분위기 변화의 연장선 위에 있다.

대검 관계자는 "기술 발달과 함께 사이버상 명예훼손이 지나치게 만연해 피해가 크다"며 "언어폭력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정의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이 그대로인데 전과 다르게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 하는 문제 제기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갑자기 처벌을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검찰과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