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경남지부 김철규(50) 지부장과 거제·통영지회 박준민(48) 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열정교 출입로를 통해 조선소 내부로 들어가 30m 높이 작업대(붉은 동그라미)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국가 주요 방위산업체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시설물을 점거, 보안상 큰 허점이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주력인 상선과 해양플랜트 외에 군함과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시설이다. 회사는 이 때문에 국정감사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시설에 6일 오전 4시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경남지부 김철규(50) 지부장과 거제·통영지회 박준민(48) 지회장이 동료 조합원 10여명과 함께 무단으로 침입했다.

화물연대 회원 100여명은 대우조선해양과 운송업체 측에 운송료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배차를 거부하고 있다.

김 지부장과 박 지회장은 운송료 현실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열정교 출입로를 거쳐 조선소 내 안벽에 설치된 30m 높이 작업대(서비스타워)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옥포조선소 내부로 통하는 곳은 동문, 서문, 남문, 북문, 열정교 출입로 등 모두 7곳이다.

당시 열정교 출입로에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보안업무 담당 직원 2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10명이 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물연대 간부 두 사람은 동료 조합원들이 직원 2명을 상대하는 틈을 타 100여m를 달려 작업대에 도착했고 1시간여 만에 점거에 성공했다.

직원 2명은 몸싸움 과정에서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보안업무 책임자가 비상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박 지회장은 "열정교 입구에 도착한 직후 몸싸움이 있었지만 그 이후 작업대까지 이동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물차량이 오가는 주요 출입문인 동문과 서문에 경력을 배치했다.

이희석 거제경찰서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조선소를 출입하는 화물차량 이동을 방해하는 것을 막으려고 경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화물차량 주요 출입문이 동문과 서문이어서 열정교 출입로에는 경력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규정상 옥포조선소 시설물 보안 등 관리 책임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에 있다.

이번 일로 관할 기무무대 등에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열정교 출입로와 두 사람이 점거한 작업대 위치가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현장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조선소로 통하는 최단거리 출입로이면서 보안등급이 비교적 높은 지점을 점거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화물연대 측은 시설 점거에 이은 오는 8일 조선소 입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조선소 시설물 보안 허점은 3년 전에도 드러났다.

2011년 3월 7일 오전 2시께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조선소 남문 옆 울타리 아래 틈으로 기어들어가 송전선 철탑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해당 부지와 시설물은 조선소가 아닌 한전 관할이었지만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둔 조선소 구역 바로 옆이었다.

강씨는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점거 농성 88일 만인 6월 2일에 철탑 아래로 내려왔다.

회사 관계자는 "경비 인원 추가 등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운송료 정상화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