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5조원선이 무너졌다. 영업이익률도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약 3년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초까지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실적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실적이 가파르게 후퇴하면서 금융시장과 관련 업계에서 성장동력 고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때 8조원대로 예상됐던 분기 영업이익은 결국 절반 수준인 4조원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는 무엇보다 중국 경쟁사들에 밀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선전했으나, 디스플레이와 가전 부문은 고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를 지난달 말 출시했으나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인기를 끄는 데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4분기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3분기 실적 예상치 밑돌아

7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은 4조1천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43% 감소했으며, 사상 처음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고지를 밟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60% 줄었다.

증권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는 8%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지난달 이후 예상치를 발표한 24개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영업이익 평균은 4조4천756억원이었다.

예상 범위는 3조9천290억원∼6조250억원이었는데 실제 수치는 하단 근처에 머물렀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평균 예상치는 3개월 전 8조6천억원에서 2개월 전 7조3천억원으로 수정됐다가, 실적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애널리스트마다 앞다퉈 예상치를 하향조정하면서 4조원대로 낮아졌다. 3조원대로 예상한 증권사도 5곳이나 된다.

2분기 매출액(잠정치)은 47조원으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49조6천52억원에 5% 못 미쳤다. 예상 범위는 46조5천630억∼52조5천140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전분기에 비해서는 10% 줄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0% 감소했다.

▲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7조2천억원(잠정실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6조4천6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홍보관의 모습. /연합뉴스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액마저 두 분기 연속 후퇴하면서 실적 성장세가 꺾였음을 실감 나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1천6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4분기 8조3천100억원, 올해 1분기 8조4천900억원, 2분기 7조1천900억원에 이어 이번 3분기까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 스마트폰 수익성 악화…중국 저가폰 공세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그동안 실적 성장을 이끌어온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3분의 2가량을 담당해왔으나, 이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속한 IT·모바일(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4조4천200억원)를 크게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2조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6조4천3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6%를 차지했으나, 지난 2분기에는 비중이 62%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 1분기 8천900만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2분기는 7천450만대로 급감하면서 처음 역성장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지난 1분기 31.2%에서 25.3% 낮아졌다.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소폭 늘었으나 판매단가가 낮아지고 마케팅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특히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추격 속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폰 판매가 둔화되면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의 모든 가격대의 스마트폰에서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 가운데 중저가폰 비중이 70%에 달한다.
▲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4조1천억원(잠정실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연합뉴스

게다가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5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 판매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출시한 갤럭시노트4는 3분기 실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가전·디스플레이 고전…메모리반도체 선전

태블릿PC 판매도 당초 예상을 밑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갈수록 대화면화 하면서 태블릿PC 시장을 잠식하는 데다 PC 교체 주기까지 맞물려 올해는 전체 태블릿PC 시장이 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성장 둔화 영향으로 디스플레이와 시스템반도체 부문도 실적 개선이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수요가 약세를 보이면서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출이 줄어든 데다, 재고 조정 영향도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가전 부문도 계절적인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TV 판매가격이 떨어진 데다 에어컨 등 생활가전도 실적이 후퇴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기술 경쟁력과 유리한 시황을 바탕으로 각 사업 부문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선전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 실적이 추가로 악화되는 것을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늘어나면서 IM부문과 비슷하거나 추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4분기도 실적 개선 불투명

4분기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7일 투자자들이 눈치보기에 나서며 코스피가 하락세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의 모습. /연합뉴스

갤럭시노트4를 지난달 말 예정보다 앞당겨 한국과 중국부터 출시해 업계에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실적 회복의 발판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애플이 화면 크기를 4.7인치와 5.5인치로 키워서 출시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초반 흥행몰이를 하고 있어 갤럭시노트4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가전 부문의 실적이 호전되고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강화되더라도 하강 국면에 접어든 전체 실적 흐름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