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만명 찾는 '곤충박물관'

체험시설·주차장 설치 제한

경기 우수프로그램 선정불구

정식 등록 안돼 이전 준비중

경제를 살리자는 정부의 외침으로 규제 완화 정책이 본격화 됐지만, 현실과 괴리된 중첩규제는 여전히 경제분야 곳곳에 대못으로 박혀 있는 상태다. 

법령상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비합리적 규제는 현장에서 '규제를 위한 규제'로만 인식될 뿐이다. 환경 훼손이나 난개발이 우려되지 않아도, 규제 때문에 창조적 경제활동이 발목 잡히는 현실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케이스바이케이스(case-by-case)를 통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재 경제를 옥죄는 규제요인을 분석하고,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여주시내 한 인적이 드문 도로가. 넓게 펼쳐진 인삼밭 바로 옆 덩그러니 놓인 건물 앞에 차량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다. 최근 아이들의 이색 체험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한 곤충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는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외관이었지만,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단체손님을 태운 버스까지 쉴새없이 박물관을 드나들었다.

전시표본만 늘어서있는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이곳에선 살아있는 풍뎅이며 나비 애벌레를 나무위에서, 흙속에서 직접 만질 수 있다.

지난 2012년 1만2천명이던 관람객이 2년만에 6만명 가량으로 5배나 껑충 뛴 것은 이같은 차별점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매달 찾아오는 단골마저 생길 정도로 젊은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어 지난해에는 경기도가 선정한 우수 관광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물관측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준비중이다. 몰려드는 관람객에 곤충체험시설은 물론, 주차공간 등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박물관이 들어선 부지가 이중규제로 그러한 시설들을 세울 수 없는 '규제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곳 부지 3천118㎡의 70%인 2천187㎡는 농지다. 곤충 사육은 농지 전용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지법 시행령상 농지를 박물관·체험관으로 전용하는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전용이 이뤄진다해도 이 지역은 보전관리지역으로 묶여 박물관·체험관 조성이 불가능하다. 보전관리지역 규제에 주차장 등 편의시설 설치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곤충사육시설 조성조차 제약을 받는다.

보전관리지역에서는 동식물 관련 시설중 축사와 작물재배시설 등만 설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통상 곤충사육시설은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육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박물관 운영을 위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부지내에 사실상 한곳도 없는 셈이다.

운영할 수 없는 곳에 둥지를 튼만큼 정식 박물관으로 이름을 올릴 수도 없어 지자체의 각종 지원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년전 이곳을 체험시설로 재조성한후 박물관 등록을 준비하던중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는 김모 대표는 "손님이 많아지면 그만큼 각종 시설이 다양하게 필요한데 현재는 조성이 불가능하다.

정부 등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농축산업을 발전시켜야한다면서 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파브르'를 꿈꾸는 열세살 아들이 마음껏 곤충을 만지고 뛰놀 수 있는 곳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어렵사리 귀농을 결심한 김 대표지만, 규제의 땅에서는 아들의 더 높은 꿈도, 보다 성공적인 귀농 생활도 발목이 잡힐 처지다.

정부가 농축산물 생산뿐 아니라 가공과 판매까지 아우르는 '농축산업 6차 산업화'를 통해 시장 개방에 직격타를 맞을 농축산업계의 소득 증대를 돕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정작 체험시설 조성 등으로 농촌 활성화를 추진하려던 도내 농가들은 중첩규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도 규제개혁추진단 관계자는 "농축산업의 관광자원화는 당초 생산이 이뤄지던 지역에서 해야 효과가 있지만, 도내 농촌지역의 경우 중첩규제를 받고 있는 곳이 너무 많다"며 "창조적인 시도가 이곳저곳에서 꿈틀대고 있지만, (규제로)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