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차산업화' 기조 맞춰
농가 다각도 발전방향 모색
중첩규제로 시설 확장 좌절
규제완화 요청 정부 소극적


경기도내 농축산업은 FTA 개방 등의 여파로 위기를 맞고 있다. 종사자수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09년 43만명이었던 도내 농민은 2010년 41만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12년에는 40만명으로 1년에 1만명꼴로 사라졌다.

농민들이 고령화되는 데다, 소득이 불안정해져 농사 짓고 가축 키우는 일에서 하나 둘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며 기존 생산(1차산업)만 담당하던 농가가 가공(2차산업), 서비스·판매(3차산업) 등까지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6차산업화(1+2+3)를 추진중이다.

정부 방침에 힘입어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농축산업을 관광자원화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농가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농가가 소유한 농지는 법적으로 체험시설 전용이 상당부분 제한돼 있다.

경기도의 경우 사정이 더 심각하다. 농가가 밀집된 안성·이천·여주·양평 등 동부지역이 대부분 각종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농가들이 이중·삼중규제를 받고 있는 상태다. 농축산업이 다각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중첩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 한류열풍도 '절대농지' 앞에서는 속수무책

= 2000년대 초 드라마 '대장금' 열풍을 기점으로 김치·비빔밥 등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이천의 한 김치공장은 이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김치 만들기 프로그램을 기획, 호평을 얻었다.

공장측은 김치 만들기뿐 아니라 한복입기와 민속놀이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대규모로 조성하려 했지만 계획을 접어야 할 처지다. 공장부지가 농업진흥구역, 이른바 '절대농지' 구역 안에 위치해 있어 농지법상 체험랜드에 꼭 필요한 문화체험·판매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 사육시설과 전통 마상무예 공연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양주의 한 승마체험장은 말을 타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들부터 공연을 보러온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지만 농지법에 발목이 잡혔다.

농지가 전체 부지의 49%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지법상 공연장·체험장 조성을 위해 전용할 수 있는 농지 한도는 500㎡로, 국제 규격 수영장 면적(1천50㎡ 이상)의 절반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농가 규제 국감장에서도 쟁점…정부는 소극적 대응

= 이처럼 농가들이 받는 각종 규제에 농축산업 6차산업화에 제동이 걸리자,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 7일 이뤄진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이재(새·동해삼척) 의원은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행위제한에 막혀있는 농수산업 관련 체험시설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절대농지'로 불리는 농업진흥구역내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시설물 등의 조성을 법적으로 방지하고 있는 것인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림부는 "농업진흥구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농축산품의 범위를 햄·홍삼 등 가공품까지 넓히는 것을 추진중이고 일반 농지에서는 농민공동체를 꾸리면 체험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는 등 6차산업화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점진적으로 추진중"이라고 해명했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번지고 있다.

농민공동체를 꾸려 체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기존 생산분야에 치우쳐 있던 고령농민들과 새롭게 6차산업화에 뛰어든 귀농인들간 융화가 어려운 데다, 농가들이 이전처럼 밀집해 있지 않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절대농지'로 불리는 농업진흥구역에서는 농민공동체를 꾸려도 체험시설 등의 조성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전체 농지 중 농업진흥구역은 59%, 일반 농지는 41%다.

이 의원은 "농민 개인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농지가 훼손되고, 농민공동체가 운영하면 농지가 보전된다는 식의 논리는 '규제를 위한 규제'에 불과하다"며 "6차산업이 제 역할을 하려면 농업진흥구역에서도 가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