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대기위치 반경 5m내 5개
전문가 "유실 아닌 '매설'로 봐야"
유족 "이런곳에 어떻게…" 분통
대청도 지뢰 폭발 사고 현장에서 지뢰 16개가 무더기로 나왔다. 생존 인부들이 구조를 기다리던 곳 인근에서도 지뢰가 여러 개 발견됐다. 군(軍)은 사고 지역이 지뢰 매설 지역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고 현장에서 지뢰탐지작업을 벌인 민간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지뢰밭'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지뢰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업체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따르면 이 연구소에 소속된 4명이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사고 지역에 진입해 탐지작업을 벌인 결과, 1시간여동안 발목지뢰(M14) 6개와 대인지뢰(M16A1) 10개를 발견했다.
지뢰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포함해 주변 약 200㎡에서 지뢰 16개가 묻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희생자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옹진군과 경찰의 협조로 이날 사고지역에 들어간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발목지뢰와 대인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기(P3LS) 2대를 들고 작업을 진행했다.
지뢰 폭발 현장에서 생존한 인부들이 구조를 기다리던 바위 바로 옆에서도 대인지뢰 1개가 나왔다. 이 지뢰를 기준으로 반경 5m 안에 대인지뢰와 발목지뢰 4개가 묻혀 있었다. 군의 구조작업이 더 늦어졌거나, 생존 인부들이 발을 잘못 디뎠더라면 대형참사를 빚을 뻔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이날 탐지한 지뢰를 모두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흙을 걷어낸 후 빨간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지뢰'라고 쓴 삼각형 모양의 깃발을 꽂아뒀다. 또 사고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 파편 1조각, 발목지뢰 1개를 경찰과 군(軍)에 넘겼다.
지뢰탐지작업을 벌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60)소장은 "지뢰사고 장소는 방어진지도 아닌데 땅속에 왜 그렇게 많은 지뢰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이 정도면 지뢰가 유실된 게 아니라 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고 말했다.
지뢰 사고로 숨진 최모씨의 친형(47)은 "지뢰밭에 넣어 놓고 인부들에게 일을 시킨 것이 아니냐"며 "머리 끝까지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軍)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발견한 지뢰가 우리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며 "폭발 지점은 지뢰 매설지역은 분명 아니고 유실된 지뢰가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軍)은 사고발생 8일만에 현장에서 사망한 최씨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수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이날 수습된 시신 일부는 폭발사고 지점에서 불과 6~7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