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령도간 대체 여객선 투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 항로의 최장수 여객선사마저 휴항 의사를 밝히면서 섬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선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면허가 취소된 청해진해운 여객선의 빈자리 운항 시간대를 차지하려다가 선사간 협상에서 배제되자 휴항이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인천∼백령도 항로를 운항하는 우리고속훼리의 씨호프호(299t)는 지난 8일 인천항만청에 휴항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사 측은 경영 수지 악화 등의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6개월간 인천∼백령도 항로를 운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씨호프호는 2006년 7월부터 8년째 운항한 인천∼백령도 항로의 최장수 여객선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JH훼리의 대형여객선인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가 이 항로에 투입되면서 서서히 적자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고속훼리가 휴항을 신청한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벌어진 '인천발 백령도행 오전 8시'를 차지하기 위한 신규 선사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배제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항로 3개 선사는 관광객들이 백령도에 도착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인천발 오전 8시' 여객선의 운항 수익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 5월 청해진해운의 운항 면허가 취소되면서 해당 시간대의 여객선이 없어지게 되자 기존 선사들까지 운항 시간을 변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고속훼리는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도 오래 운항한 만큼 이번에는 오전 8시대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여객 면허 허가권을 가진 인천항만청은 우리고속훼리가 지난 2007년 3월 수익 증대 등을 이유로 자진해서 '인천발 오후 1시'로 여객선 출항 시간을 옮겼던 만큼 오전 시간대로 복귀하려는 것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항만청의 한 관계자는 "선사들이 경영 수지 악화를 이유로 특정 시간대를 지나치게 욕심부리고 있다"며 "씨호프호가 6개월이나 휴항해야 할 상황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체여객선인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534t) 투입도 JH훼리 측과의 시간대 조정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씨호프호가 휴항하면 인천∼백령도 항로에는 하루에 단 한 척의 여객선만 다니게 된다.

백령도 주민들은 오로지 여객선 수익 올리기에만 골몰하는 선사들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백령도 주민 한모(56)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인천∼백령도 항로에 하루 4척의 여객선이 다닌 적도 있다"며 "선사들의 이권다툼에 언제까지 주민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항만청의 이 관계자는 "선사들이 조금씩 양보해 원만히 조정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