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70%를 넘는 곳이 잇따라 나오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전세가율과 주택거래량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높은 곳에서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월 기준 67.1%로 작년 1월과 비교하면 7.4%포인트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65.4%, 인천은 66.0%, 경기는 68.4% 등이다.

지역별로 전세가율에 따른 거래 증가율을 보면 먼저 서울의 경우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성동·서대문·동작·구로·중랑·동대문·중·강서·관악·성북구 등 10개 구의 매매 증가율(작년 1∼9월 대비 올해 1∼9월의 증가율)은 52.8%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 1만6천가구가 거래됐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2만5천가구가 매매됐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65% 이하인 은평·종로·영천·송파·서초·강동·용산·강남구 등 8개 구의 매매 증가율은 38.3%(1만6천가구→2만2천가구)에 그쳤다.

거래 상승률은 특히 중랑구와 용산구, 동대문구, 영등포구에서 높았는데 이들 4곳을 빼고 보면 대체로 전세가율이 높은 곳에서 거래 상승 폭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랑구 등 4곳은 특별한 개발 호재 등으로 거래 상승률이 특히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중랑구의 경우 신내동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늘고 상봉 재정비촉진지구 개발이나 첨단산업단지 유치 등의 호재가 있었고, 용산구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이촌동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경기의 경우에도 전세가율이 70% 이상인 화성·오산·의왕·군포·수원·구리·하남·안양·부천 등 9개 시의 매매 증가율은 54.7%(3만2천가구→4만9천가구)에 달해 전세가율이 65% 이하인 파주·김포·용인·여주·남양주·포천·양주·광주·과천 등 9개 시의 28.3%(2만7천가구→3만5천가구)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에서 매매 증가율이 특히 높은 중랑구 등 4곳, 경기도에서 의왕시 1곳 등을 제외하고 전세가율과 매매거래량 증가 사이의 상관계수(r)를 산출하면 서울의 경우 0.21, 경기도는 0.58이 나왔다.

경기도의 경우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상당한 정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돌파하면서 전세가 매매로 전환되는 임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이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리스크 측정 방법론의 하나인 '최대손실금액'(VaR·Value at Risk)을 이용해 최근 5년간의 주택가격 변동을 토대로 적정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산출한 결과 신뢰수준 95%에서 집값의 77.6%(전국 기준)라는 수치가 나왔다.

이는 집값의 77.6% 이내에서 대출을 해주면 대출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확률이 95%란 뜻이다.

또 서울은 76.5%, 수도권은 76.7%, 6대 광역시는 77.2%로 산출됐다.

박 센터장은 "적정 LTV는 임대차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임차인이 감내할 수 있는 전세가율의 한도라고 볼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이 수준을 넘어서면 전세에서 매매로의 행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은 능력이 돼서 집을 산다기보다 속칭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에, 또는 전세난 회피를 위해 등 떠밀리듯이 사는 성격이 짙다"며 "무주택 서민들의 한숨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매 거래가 꾸준히 활성화되려면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돼야 하고, 주택의 공급 과잉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