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외부 강의는 '악(惡)'이 아니다. 공무원의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다. 또 공무원 스스로 자기계발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과(過)'함이 문제다. 자신의 본연의 일을 소홀히 하고 외부 강연에 집중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직무상 관리·감독 대상이 되는 업계 등에 고정적으로 강연에 나서는 것은 공무원과 업계간의 '합법적 금전 거래'의 통로로도 이용될 수 있어,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관리·감독자가, 교육자로

= 위생·보건·안전 분야의 경우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교육이 있다. 이 교육들은 관련 협회에 위탁되는데, 협회는 대부분 관리·감독권이 있는 관련 공무원을 초빙해 교육을 실시하고 강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안전·동물방역위생·축산정책·환경안전 등 의무교육을 관리·감독하는 주요 분야에 외부 강의 신고 내역이 집중돼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게 박남춘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3년간 해당 부서의 강의료 수령 규모는 1억2천만원을 상회한다.

이같은 공무원 교육은 관련 협회가 공무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공무원의 원거리 대학 강의

= 도 공무원의 대학 정규 과목 강의도 논란이다. 최근 3년간 도 공무원들의 대학 정규 과목 강의는 38개 대학 51개 강의에 달한다. 공무원의 출강 승인은 야간 강좌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대학과의 거리 등 교통상황을 감안할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도 공무원의 출강 대학중에는 부산은 물론 강원·충청권 등의 대학이 다수 있었다. 정시 퇴근을 기준으로도 2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다. '중동정세'·'취업실무' 등 직무 연관성이 없는 강의도 다수 있었다.

도는 감사를 통해 주의와 훈계 등의 조치를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거론됐지만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해외 사례 통한 개선 방안은

=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출연·강연·저술 등의 활동으로부터 사례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단 직무와 연관성이 적은 개인적 활동에 대한 보수는 일부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외부 활동으로 인한 보수를 받는 경우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은 일반공무원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은 없으나, 각료의 경우 외부 강의를 통한 사례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의 외부 활동은 정책의 홍보 등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다만 분기별 횟수를 제한하고, 신고의무 등을 강화해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국민권익위도 규정에 대한 홍보와 규정 위반시 처벌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순기·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