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내 인생의 모두를 빼앗겼습니다."

2011년 1월 17일 오후 2시께, 안성시에서 한때 연매출 70억원대를 달성한 골재채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36)씨는 친형 A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회사직원인 박모(34)씨를 감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네가 회삿돈을 빼돌리고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자술서를 박씨가 썼다'며 회사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다른 직원으로부터 '보일러가 터졌으니 빨리 회사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안성시 삼죽면의 사무실로 갔다가 집단 구타를 당했다. 사무실에는 A씨는 물론 조직폭력배인 청하위생파 소속 조모씨와 김모씨, 전화를 한 회사직원 배모씨 등 너댓명이 있었다.

2시간가량 집단 폭행을 당한 박씨는 A씨가 불러주는 대로 자술서를 쓰고 안성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수차례 A씨의 협박을 받았던 이씨는 결국 A씨에게 골재채취 업체의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을 내줬다.

이씨의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24일 이씨는 평택시 용이동 자신의 집앞에서 '도장이 잘못됐으니 인감도장을 갖고 나오라'는 A씨의 전화를 받고 나간 뒤 A씨의 의뢰를 받은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끌려가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됐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인 닷새간의 강제수용 기간에 회사는 완전히 A씨에게로 넘어갔고, 퇴원한 이씨는 서울 모처에서 1년여간 숨어지냈다.

이씨는 2012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지난해 5월 평택시 용이동 등지에서 조직폭력배인 조씨 등 3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또 A씨를 4차례에 걸쳐 조사하는 등 용인정신병원 의사와 사설 구급대원 등 11명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지난해 9월 11일 A씨 등 4명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동생에게 잘못된 회사 명의를 제대로 돌려놓으라며 동의하에 증여절차를 진행했다"며 "동생을 강제수용한 것이 아니라 '정신감정'을 받게 하려고 가족과 상의해 입원시킨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을 온전히 빼앗기게 됐다"며 "숨어살던 중에도 형이 찾아와 폭행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검찰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