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태호 사퇴' 날벼락을 맞은 새누리당은 24일 예상 외로 잠잠했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 자체가 워낙 돌발적으로 이뤄진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국정과제 처리에 당정청이 공조해야하는 시점에서 당 내부가 흔들리면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는 셈법에 대부분 공감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는 데 주력했다.

전날 저녁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 최고위원과 만나 사퇴 철회를 설득한 김 대표는 이날 저녁에도 부친상을 당한 이장우 원내대변인 상가에서 김 최고위원과 다시 면담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개헌과 경제살리기 모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소신이라면 당직에서 그 소신을 거듭 강조하라"고 설득을 계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주류측도 김 최고위원 사퇴에 갑작스럽고 뜬금없다는 반응을 이어갔다.

친박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의 돌연한 사퇴에 "대학생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친박 중진은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 대한 실망감과 경제살리기, 개헌에 대한 소신으로 이 같은 결심을 한 것 같다"면서 "다만 현 시점에서 김무성 체제를 흔들어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까지 김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일부 지인들은 김 최고위원이 오해를 많이 푼 만큼 사퇴의사를 번복해 최고위원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았다.

실제 김 최고위원은 전날 김 대표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개헌 발언을 거둬들인 것을 언급,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김태호 최고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실망감도 토로했고,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자신의 오랜 소신인 개헌 문제가 좌절되는 것을 목격한 데 따른 무력감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가 "외국에서 국내 문제에 대해 발언한 내 행위가 잘못 아니냐"면서 "박 대통령이 현재는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한 지 열흘만에 발언을 한 것은 내 실수고,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있는데 그런 말을 한 것도 잘못"이라고 본인의 결심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고 서운함이 많이 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날 "국회는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개헌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것과는 앞뒤가 제대로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여하튼 전날 저녁 자리를 함께한 김용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와 서로 오해를 풀었다"면서 "본인이 경제활성화법 통과에 총력을 다 해보겠다고 했으니 최고위원직에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복귀하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복귀할 것 같았다"면서 "본인 의중은 경제활성화와 개헌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충돌한다면 자기희생을 하겠다는 뜻이었으니 결국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 지도부도 일단 김 최고위원 공백시 대책은 일단 미뤄놓고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방침이다.

김 최고위원 사퇴가 확정되면 한 달 이내 새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접수 절차를 거쳐 1천명 이내로 구성된 전국위원회 보궐선거를 통해 새 최고위원이 선출된다.

이 경우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떨어진 홍문종 전 사무총장을 포함한 친박 주류측 의원과 비주류 인사간 또 다른 계파 대결이 가시화할 수 있다. 반면 합의추대론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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