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9일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주택청약 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대 13단계에 달하는 복잡한 입주자 선정 절차를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청약을 통한 주택 공급의 대상을 무주택자 중심에서 집을 옮기려는 1주택자 쪽으로 한 발짝 옮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그러면서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원칙의 큰 줄기는 유지했고, 일부 엄격한 규제는 느슨하게 풀었다.

◇ 입주자 선정 절차 2∼3단계로 단순화

청약 대상 주택은 크게 국민주택 등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과 민영주택, 민간건설 중형국민주택 등 세 범주로 나뉜다. 이 중 민간건설 중형국민주택은 공급량이 크게 줄어 내년 7월께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면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이 남는데 국민주택은 크게 보면 순차제에 의해, 민영주택은 가점제에 의해 그동안 당첨자를 가려왔다.

문제는 주택 부족기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단계를 세분화하다 보니 너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민주택의 경우 3순위자까지 내려갈 경우 13단계에 걸쳐 대상자를 걸러내게 된다.

국민주택은 40㎡ 초과와 40㎡ 이하가 기준이 다른데 40㎡ 초과의 경우 '5년 이상의 기간 무주택 세대주로서 매월 약정납입일에 월 납입금을 60회 이상 납입한 자 중 저축총액이 많은 자'가 1순차에 해당된다.

이 요건을 채운 사람을 가장 먼저 입주자로 정한 뒤 남는 물량은 2순차 요건을 채운 사람에게 배정된다. 2순차의 요건은 '3년 이상의 기간 무주택 세대주로서 저축총액이 많은 자'다.

또 3순차는 '저축총액이 많은 자', 4순차는 '납입횟수가 많은 자', 5순차는 '부양가족이 많은 자', 6순차는 '해당 주택 건설지역에 장기간 거주한 자'다.

이렇게 6순차까지 주택을 배정한 뒤 남는 물량은 다시 2순위자 가운데 1순차 요건을 맞춘 사람에게 돌아간다. 1순위에서 6순차, 2순위에서 6순차를 거치고도 남는 물량은 3순위(추첨)로 배정된다.

개정안은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3단계로 줄이기로 했다.

우선 청약통장 순위가 2개에서 1개로 줄어 1순위로 모두 통합된다. 수도권은 가입 기간 1년, 12회 납입, 지방의 경우 가입 기간 6개월, 6회 납입이 1순위의 요건이다.

이 요건을 맞춘 1순위자를 2개 순차로 나눠 입주자를 정한 뒤 잔여 물량이 있으면 추첨으로 뽑기로 했다.

40㎡ 초과 국민주택은 1순차의 요건을 '3년 이상 무주택자로서 저축총액(회당 10만원까지만 인정)이 많은 자', 2순차의 요건을 '저축총액이 많은 자'로 하기로 했다.

단 이때 무주택 기간을 따지는 기준은 30세가 되는 날부터 계산하되 가장 최근 무주택자가 된 날로 정한다. 다만 30세 전에 결혼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무주택 기간으로 쳐준다.

또 40㎡ 이하 국민주택은 1순차 요건을 '3년 이상 무주택자로서 납입횟수가 많은 자', 2순차 요건을 '납입횟수가 많은 자'로 각각 정했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 긴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현행 제도의 틀은 유지가 됐다. 그러나 부양가족 수는 요건에서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로 제도를 운영해보면 대부분 부양가족을 따지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 이미 배정이 끝난다"며 "또 가족이 많은 사람에게는 별도의 특별공급 제도도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요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영주택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85㎡ 이하 민영주택의 경우 1순위자 가운데 가점제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공급 물량의 40%를 배정한 뒤 낙첨자 중 추첨으로 나머지 60%의 물량을 배정했다. 2순위도 마찬가지로 40%는 가점, 60%는 추첨으로 선정했다. 그러고도 남는 물량은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추첨으로 입주자를 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더 단순화해 1순위에서 물량의 40%를 가점으로, 나머지 60%를 추첨으로 선정하고, 그래도 남을 땐 곧장 추첨(2순위)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85㎡ 초과는 1∼3순위자를 상대로 모두 추첨으로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2개 순위로 줄어든다.

◇ 청약예금·부금 변경 자유로워져

청약예금·부금은 지역과 주택 규모에 따라 예치금액이 차등화돼 있다. 지역으로는 ▲ 서울·부산 ▲ 기타 광역시 ▲ 기타 시·군·구 지역으로 나뉘고, 규모에 따라서는 ▲ 85㎡ 이하 ▲ 85㎡ 초과∼102㎡ 이하 ▲ 102㎡ 초과∼135㎡ 이하 ▲ 135㎡ 초과로 분류된다.

문제는 지역과 주택 규모에 따라 예치금액을 정해 한번 가입하고 나면 이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예금·부금은 가입 시점에 주택 규모를 정하게 돼 있어 상황 변화에 따라 적기에 주택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부산에서 85㎡ 이하 주택에 청약할 생각으로 300만원짜리 청약예금에 들었는데 그 뒤 가족이 느는 등 여건이 달라져 85㎡ 초과 주택이 필요하다면 가입한 지 2년이 지나야 예치금액을 바꿀 수 있다.

또 주택 규모를 상향 조정하려면 그러고도 3개월을 더 기다려야 실제 청약을 할 수 있었다.

내년 3월부터는 예치금액 변경이 언제든지 가능해지고 예치금을 바꾸면 곧장 청약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청약예금·부금에 가입했던 사람도 내년 3월부터 똑같이 새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 예치금액보다 작은 규모의 주택에 청약하는 것도 앞으로 자유로워진다.

◇ 무주택자 요건도 완화돼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수요자를 고려해 그동안 '전용면적 60㎡ 이하에 공시가격 7천만원 이하'인 주택은 무주택으로 간주해왔다.

내년 3월부터 주택 가격의 상승을 반영해 이를 높이기로 했다. 전용면적 요건은 그대로 유지하되, 수도권에 대해서는 공시가격이 1억3천만원 이하, 비수도권은 공시가격이 8천만원 이하이면 무주택자로 보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7년 가점제 도입 당시 전체 주택 중 하위 30% 수준에서 소형 저가주택의 요건을 정했는데 이번에도 하위 30%에 해당하는 선에서 요건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청약자와 배우자가 갖고 있는 집이 이 요건에 해당될 때만 무주택자로 간주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세대원이 보유한 주택도 요건만 맞으면 무주택으로 보기로 했다.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에 적용되는 가점제는 2017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바뀐다.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100% 추첨제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가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 운영으로 전환해도 청약 경쟁이 높은 곳은 지자체장이 지금처럼 40%까지 가점제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청약 과열이 우려되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런 지구로 지정되면 50∼100%를 가점제로 배정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