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28일 현재 5천664건으로 8월 거래량으로 2009년(8천343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경환 경제팀의 규제완화 시행 이전 시세로 가격이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새 경제팀의 규제완화 정책이 약발이 다하면서 '최경환 효과'가 싹 사라진 것이다.

◇ 주요 재건축 3천만∼5천만원 하락…규제완화 이전 시세로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의 경우 10월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경환 부총리의 첫 규제완화 작품인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이전의 7월 말 시세로 하락했다.

이 아파트 36㎡는 최근 급매물이 5억9천500만원에 팔리며 심리적 저지선인 6억원이 무너졌다.

정부의 9·1대책 발표 이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6억2천만∼6억3천만원까지 팔리던 것이 DTI·LTV 완화 정책 전인 7월 시세로 되돌아간 것이다.

42㎡ 역시 지난 9월 7억2천만원까지 팔리던 것이 현재 6억7천만원으로 5천만원이 떨어졌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다.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최경환 부총리 내정 이후 규제완화의 기대감으로 올랐던 금액이 다 빠졌다고 보면 된다"며 "요즘은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의 입질이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112㎡는 9·1대책 발표후 11억5천만∼11억6천만원까지 올랐던 시세가 11억2천만∼11억3천만원으로 내려왔다. 이는 DTI·LTV 완화 시점인 7월 말∼8월 초 시세다.

119㎡도 9·1대책후 최고 13억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2억6천만∼12억7천만원으로 떨어지며 규제완화 이전 시세로 회귀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단지 53㎡는 지난 9월 5억9천만∼5억9천500만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3천만원가량 내린 5억6천200만원에 팔리며 역시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 전 시세(5억6천만∼5억7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많은데 매수문의가 거의 없어 흥정을 붙일 수가 없다"며 "이런 식의 거래공백이 계속되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가운데 최근까지 강세를 보이던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도 최근 들어 거래가 주춤하며 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 주가 약세·경제여건 악화도 악재…후속조치 필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3∼4개월간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이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며 가격이 빠지는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장기화, 국내 주가 폭락 등 대내외 경제 지표가 나빠진 것도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어차피 집값이 올라 부담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상당수 투자목적의 재테크 상품으로 정부 정책과 경기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거래 공백과 가격 약세가 장기화하면 '강남권 일반아파트→강북 아파트→수도권 아파트'로 가격 하락세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추진 단지는 아니지만 9·1대책의 재건축 연한 완화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목동과 상계동의 아파트도 지난달부터 가격 상승을 멈추고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비강남권의 일반 아파트 역시 10월 이후 매수 문의가 감소하고 거래도 주춤한 분위기여서 11월 이후 비수기에 접어들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9·1부동산 대책의 입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 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규제 완화 등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제도 유예기간이 올해 말이면 종료돼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제도 폐지의 조치가 없는 한 올해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지 못한 아파트는 내년부터 모두 초과이익 환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재건축발(發) 집값 하락이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에 다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또다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시장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 전에 후속 입법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