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해 투명한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한 달만에 불법보조금 지원을 통한 휴대전화 판매수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일 휴대전화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은 새로 출시된 A사의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정보에 관한 글로 도배됐다.

해당 커뮤니티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게시판에는 A사의 최신 스마트폰을 10만~20만원선에 살 수 있다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대 10여곳의 판매점 위치가 소개됐다.

이 곳에서는 선착순 방식으로 1~2시간 동안 단가의 20~30% 수준으로 휴대전화를 팔고 빠지는 속칭 '번개'형태로 이뤄진다.

휴일에는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이용, 주말에 이 같은 판매가 진행된다. 휴대전화 보조금 불법지원을 통한 판매방식은 단통법 시행 이전과 형태가 똑같다.

서울에서 제품을 구입한 B(30·인천시 남동구)씨는 "친구가 알려줘 판매지역에 가서 휴대전화를 샀다"며 "잠깐 사이에 60여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출고가 79만9천원인 제품을 10만원에 샀다"며 "업체가 50명에게만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제품을 정상적으로 구입하려면 통신사별 지원금과 대리점 최대 할인율(15%)을 적용해도 40만원대 이하로는 살 수 없다.

우후죽순으로 벌어지는 단말기 단가 경쟁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겠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단통법이 불법 판매 업체의 등장으로 무력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게다가 단통법 시행으로 실제 보조금이 줄어들었고, 법 시행 한달 만에 불법이 고개를 드는 등 단통법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천 중구에 사는 김태성(25)씨는 "얼마전 60여만원을 주고 정상 구입한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은 10만원에 샀다니 허무하다"며 "휴대전화 체감 단가는 여전히 비싼데도 정부는 단순히 보조금만 통일하려고 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단통법 실시 이후 휴대전화를 더 비싸게 사고 있다며 '단통법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오후 논란이 커지자 "불법보조금 지급업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만큼 관계당국의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