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사퇴하면서 인천경제청의 업무 공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차장 자리까지 공석인 상황이라, 김진용 기획조정본부장이 청장 역할을 당분간 대행하게 된다. 이 청장은 자신의 혐의를 벗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종철 "혐의 벗겠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사퇴 이후 혐의를 벗기 위해 검찰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지난달 31일 정오께 변호사를 만나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자문을 받았다. 인천지검장 출신인 변호사 J씨는 인천경제청의 각종 사업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하던 인사다.

J씨는 "이 청장의 그 동안 행보를 보면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양복 등을 에잇시티에서 받았다고 하는데 이 청장은 사업협약 해지를 주도한 사람이다. 업무 연관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언론접촉 등은 피하며 검찰 수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낮 12시께 송도 관사 지하주차장에서 기자와 만난 이 청장은 뇌물 수수 등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

말끔한 양복 차림의 이 청장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말투로 "미안하다"며 자리를 떴다. 이 청장은 이날 저녁 사퇴의 변을 통해 "앞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당히 조사에 임하여 혐의를 벗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청장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그가 지난달 31일 새벽에 손목을 그어 자해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평소 그의 성격을 아는 내부 직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실제 자살을 기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인천경제청 사업 여파 우려

이 청장의 사퇴로 그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각종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투자펀드 관련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청장이 취임과 함께 역점을 두고 발족한 인천투자펀드는 지난해 자본금 800억원으로 출범해 송도스트리트몰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는 재미동포타운 사업 시행사로 참여했다. 재미동포타운 사업은 시공사 선정, SPC 대표 선임에 따라 사업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송도 6·8공구 개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10년 8월부터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시행자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사업조정 협의를 진행해 왔고, 최종 합의를 앞두고 있었다.

청라시티타워도 이 청장의 사퇴로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청의 통합발주 요구에 따라 현재 LH와의 협의가 진행 중이고, 최종 사업협약서 체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청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검찰 수사와 그의 사퇴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연결돼 투자유치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대행체제에서는 사업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업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고 했다.

/홍현기기자